K-정책금융연구소는 지난 2월 '1사 1법'으로 되어있는 정책금융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법을 개정함으로써 글로벌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이끌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생태계 혁신을 위해 출범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경제 질서의 신(新)블럭화 국면에서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와 원동력을 확보하고 시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연구의 일환으로 K-정책금융연구소는 11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이 법상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생태계 평가 A항목)으로 공개 질의합니다. 해당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질문에 난감해할 수도 있겠으나 공공기관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국민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1.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은 지난 2016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49조의3(일반 사모집합투자업의 등록)에 기반해 금융위원회 (이하 금융위) 주도로 설립된 투자운용사입니다. 주요 업무는 2013년에 탄생한 성장사다리펀드의 효율적인 관리입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유망한 벤처·중소기업 및 성장자금이 필요한 중견기업을 발굴해 창업과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fund of funds'라고 불리는 모(母)펀드입니다. 성장금융은 2016년 이후 8년가량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영하며 국내 벤처·중소기업, 중견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적절하게 지원했습니까?
"주주구성 변화에 맞춰 공적 감시 받아야"
2. 성장금융은 41조 8000억원 규모, 460개 (출자)펀드를 통해 총 3600개의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통상 펀드 청산 시기는 8년입니다. 2016년 출범한 성장금융이 출자한 펀드들을 비롯해 현재부터 청산에 들어가는 출자펀드들의 회수율과 수익률은 어떻습니까? 또 회수한 재원에 대한 재투자 계획이 궁금합니다.
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 (사진=뉴시스)
3. 성장금융은 2016년 2월 설립될 당시 주주구성을 따져보면 성장금융PEF(59.21%)가 최대주주입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공공기관) 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임원 인사추천권을 행사해 왔으며, 정부예산 수혈창구는 산업은행을 활용해왔고, 정책 결정 지배력도 사실상 금융위가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6월 20일 PEF 해산을 결의하고 지분을 한국증권금융 19.74%,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에 각각 19.7%로 분배하고 기존 주주였던 산업은행은 8.72%, 기업은행 7.4%, 은행권청년창업재단 4.93%로 배정해 안정적 지배구조를 이루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주구성이 민간 PEF에서 공공적 체계 속에 있는 기관으로 바뀌는 상황에 맞춰 그에 맞는 공적 통제를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는 전반적 업무가 정책금융 영역이었지만 통제는 사내감사만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같은 공적 컴플라이언스를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 3의 질의와 관련한 몇 가지 정황증거가 있습니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투자업무 경력이 전무한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투자운용 2본부장으로 내정되어 '낙하산 인사' 논란 끝에 자진사퇴했습니다. 또 지난 2022년에는 허성무 현 대표 등 이사 5명에 대한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요청으로 보류된 적이 있습니다. 올해 5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주현철(법무법인 이제 소속) 변호사 역시 대통령 인수위 경제1분과에서 가상자산 담당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2022년 4월 기준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성장금융에 출자한 약정액은 4조1251억원으로, 성장금융 운용펀드 6조3623억원의 64.84%에 달합니다. 수조 원의 투자자금이 오가는 정책금융 업무를 집행하는 성장금융이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 주변 인사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성장금융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출범 당시와 비교해 지위 격하 우려 ↑
5. 성장금융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성장사다리 펀드 출범 이래 주도적으로 모험 자본을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역할이 중복되는 산업은행에 힘이 실리면서 자금 공급자에서 요청자로 지위가 격하됐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산업은행과 함께 또는 산업은행 자금을 시장에 나눠주던 위치에서 민간 금융사와 함께 산업은행에 손을 벌려야 하는 위치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국회에서도 '공공기관도 아닌 성장금융에 수의계약 형태로 모펀드를 맡기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기존 성장금융 출자자(LP)들도 기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입니다. 성장금융 쪽에 출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던 은행들이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성장금융 경영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성장금융PEF 해산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과거에 비해 성장금융 지위 격하 우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 자펀드 선정 시 외부위원을 모집하여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다 보니 무난한 트랙 레코드를 가진 운용사 위주로 선정이 이루어져 대형 VC와 중소형 VC 사이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계속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할 대책이 있습니까? 또한 국내 출자기관들의 인력과 비교해 선정위원회에 소속된 외부위원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VC의 운용 역량에 대한 판단보다는 형식적인 평가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있습니까?
7. 펀드 출자사업 선정 절차를 보면 내부 기준에 따라 서류심사, 이후 면접 심사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각 단계별 평가에 대한 기준과 세부평가항목에 대한 채점 결과가 참가자들에게 통보되지 않아, 공정성 이슈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해소할 방안이 있습니까?
글로벌 항목 평가해 세계금융경제 대응 지적도
8. 정부와 민간은 공급망 재편에 따르는 세계 금융경제의 신(新) 블럭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성장금융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응 방안에 대해 생각한 바가 있습니까? 성장금융이 선정한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LP를 모집해올 수 있도록 정책 목적 등 심사 점수에 글로벌 시장 개척의 가점부여를 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로고. (사진=성장금융)
9. 대부분의 VC들은 실리콘밸리 등 해외 자금 유치 경력이 부족합니다.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벤처투자 산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의 자금 유치에 성공하면 자금뿐 아니라 벤처투자에 대한 노하우, 시각 등도 차용해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VC 선정 시 해외자금 유치 경력이 경쟁 점수에서 배제되어 역차별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개선할 계획이 있습니까?
10. 자펀드들이 국내 비상장사들에 대한 투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AI를 필두로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단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영역의 투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하고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성장금융이 해외 스타트업에 단독 또는 공동 투자한 사례가 있습니까?
11. 지난해 6월 금융위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벤처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치입니다. 기존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벤처투자조합 공동 운용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법상 펀드와 다른 펀드를 동시 운용할 때 '펀드 간 자전거래'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정안 의결을 통해 자산운용사와 VC의 벤처 투자조합 공동 운용(Co-GP) 업무 수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측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아울러 공동 운용할 경우 리테일 자금 활용이 가능해져 펀딩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시각도 있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벤처캐피탈 가운데 딜 소싱과 펀딩 능력을 갖춘 창업투자회사가 굳이 자산운용사와 벤처 투자조합 공동 운용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인 하우스 형태로 창투사를 직접 보유해 벤처 투자조합을 결성하면 그만이기도 합니다.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VC-사모펀드(PE)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간 업권 경계가 허물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VC 투자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재 VC-PE 간 공동투자 등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개정안 시행에 맞춰 내부적으로 조직구조나 투자 방식 등 변화를 도모한 것이 있었습니까?
12. 성장금융은 'ESG 보고서'를 따로 발간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장금융은 기후변화에 조응하는 RE100 금융투자를 앞서서 리딩을 해야합니다. 출자펀드를 기후금융에 대입하기 전에 성장금융 자신의 ESG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 계획은 있습니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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