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미래)①쟁점화된 원전…이공계생도 기피
탈원전 정책 후 인재 채용 기업 줄어
원자력공학과 기피…대학은 학생 미달
2024-10-11 18:00:00 2024-10-11 18:41:17
사진은 고리원전 전경이다. 2018년 6월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는 현재 해체를 위해 안전관리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가 체코 원전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원자력학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 수출이 현실화된다면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원자력학과 지원자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됩니다. 여기에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것과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이 각광받게 되면서 원자력공학과 같은 '순수 과학'이 외면받는 현실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동력 잃었던 '원자력'…'예산 지원' 나선 정부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원자력학과에 한파가 불었는데요. 앞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원자력학과에 대한 지원을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련 학과의 설명입니다. 서울대나 한양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을 제외하면 모집 인원이 미달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대학에서 외면받은 원자력학과는 이후 취업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탈원전 선언이 있고 난 후 2018년 대학알리미 홈페이지 공개 자료에 따르면 7개 주요 대학원별 원자력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취업률이 전년 대비 11.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6개 주요 대학 원자력공학과 졸업생들의 평균 취업률 역시 8%포인트가량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뒤집었습니다. 정부는 그간 멈췄던 원전 건설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기반 구축, 원전 수출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체돼 있는 원전 산업에 대해 예산 지원 등을 강조하며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안덕근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부·대학원생들과 '원자력 전공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탄소중립의 핵심 대안인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공생 역할과 연구의 중요성도 확대될 것"이라며 "원전 수출 등에 맞춰 전공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설계해 나가고 유망 연구에도 매진할 수 있도록 예산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장관의 말처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원전산업 지원예산은 올해 7615억원에서 내년 7923억원으로 208억원 증액 반영됐습니다. 특히 △원전생태계 융자지원(500억원 증액) △유망 원전 기업 성장지원 펀드 조성(400억원 신규) 등이 편성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서 축사 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생 미달'에 '인력 유출' 우려까지
 
원자력 관련 기업에서는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원전 수출까지 이어진다면 인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더군다나 세계적인 탈원전 기조로 인해 우리나라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우려합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만으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탈원전 이후 그야말로 똑똑한 인재들이 원자력공학과를 기피하고 있다"며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 카이스트 같은 학교의 경우 미달이 더욱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탈원전을 이야기하니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않게 됐고, 그로 인해 학생들도 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선진국은 우리보다 먼저 탈원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된 인력 외에 없어 우리나라 인재들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원전은 일종의 건설이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대표는 "원전을 건설할 때는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안전성을 위해 관리하는 차원에서 인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며 "현재까지 원자력 관련한 일이 방만하게 경영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인력 문제에 대한 입장은 다르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이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은 일치했는데요. 정 교수는 "예산 증가가 일시적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자리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대표는 "원자력이 꼭 원전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술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니 그런 쪽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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