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해법이자 대선 아젠다로 서울과 평양을 잇는 도시권 연합체인 '한반도 메가리전(Mega Region)'을 구상하고 있다. 이 지사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도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고 효율적인 비전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복수의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는 취임 이후 한반도 메가리전을 남북관계 새로운 아젠다로 설정하고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려 주기적으로 연구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메가리전이란 교통과 물류 인프라를 공유하고 경제와 산업을 연계하며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 연합이다. 서울에서 평양은 195㎞에 불과하니 두 도시를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을 만들자는 말이다.
경기연구원도 이날 '남북통합 신성장 엔진, 한반도 메가리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려면 한반도 메가리전 등 남북 공동의 미래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한 수도권과 북한의 평양권, 황해도 일대의 인구는 3500만명으로 한반도 인구의 46%다. 경기연구원은 이 공간에 철도를 신설·연장하고, 경제특구와 관광·물류단지, 생태도시 등을 조성해 한반도의 성장엔진으로 삼자고 했다. 또 꾸준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한 거버넌스도 구축하자고 부연했다.
이름만 달리할 뿐 기존에도 남북 접경지역을 교류협력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취임한 후엔 한반도 메가리전으로 네이밍하고, 구체적 추진안을 담은 실행 계획으로 가다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그간엔 남북이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는 말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다른 교류협력 사업과 무엇이 다른지 등의 논의가 거의 없었다"며 "이 지사 취임 이후 신설된 평화부지사가 중심이 되어 연구팀이 한반도 메가리전 전략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13일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은 서울과 평양을 잇는 '한반도 메가리전' 구상을 제시했다. 사진/경기연구원
실제로 경기연구원은 한반도 메가리전 구현을 위해서 서해 경기만과 한강 하구권역을 중심으로 남북 통합경제권을 실험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이 지사가 2018년 민선 7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밝힌 공약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당시 이 지사는 통일경제특구 조성, 임진강 등 남북 공동수계 관리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지사가 그간 한반도의 정전 상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접경지' 경기도의 역할론을 강조한 만큼 한반도 메가리전은 대선 아젠다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메가리전은 남북관계 해법인 동시에 환동해권 전략, 경제활성화, 지역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문제 등으로까지 논의를 연장할 수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기존의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만으로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라면서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경우를 대비해 북한에 내밀 아젠다인 것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대한 미래비전의 차원으로 정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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