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유통업계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정기 인사를 앞당기고, 대대적인 인사 개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유통 대기업 가운데 임원인사 포문을 연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11곳 가운데 6곳의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교체된 6명의 수장 중 이마트와 쓱닷컴(SSG.COM)을 겸직하게 된 강희석 대표를 포함해 4명이 외부출신이다. 그동안 삼성 및 신세계 공채 출신이 주로 발탁되던 순혈주의 기조를 타파하려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맡은 백화점 부문 인사는 12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며,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성과를 내거나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해 대규모 물갈이 교체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2017년부터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두 달 만에 귀국하면서 롯데그룹도 임원 인사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롯데는 앞서 임원 600명에 대한 최근 3년 치 인사 평가를 9월 말에 접수했다. 신 회장이 최근 쇼핑 부문 기획전략본부장에 외국계 컨설팅 회사 출신인 젊은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이 쇄신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자리에 외부 인사를 기용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는 유통 부문에서 지난 4월 출범한 '롯데온'을 중심으로 온라인화에 집중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비효율 매장을 폐점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98.5%나 감소했고, 롯데온의 성장률은 부진한 편이다. 롯데쇼핑과 함께 그룹 내 캐시카우로 통하던 롯데케미칼도 코로나19로 산업 수요가 줄어들어 직격탄을 맞았다. 신 회장은 실적 부진 타개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별 부침이 컸던 CJ그룹도 이르면 이달 말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CJ그룹은 통상 12월에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18년부터 CJ ENM을 총괄해온 허민회 대표 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J ENM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8.8%, 32% 감소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재현 회장의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퇴진이 아니라 지주사로 옮길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성과를 낸 허민호 CJ ENM 오쇼핑 부문 대표이사와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어 정성필 CJ푸드빌 대표의 유임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 재원으로 꼽히는 올리브영의 상장을 준비 중인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의 개관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