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또 한번 미룬 가운데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던 기존 결정을 다시 검토하기 위함이라는 시선과 함께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밀린 것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TC는 27일 새벽(한국시간)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오는 12월 10일로 다시 연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로써 당초 이달 5일 발표 예정이었던 최종 판결은 이날로 밀린 데 이어 다시 6주가량 연기됐다.
ITC의 발표에 소송 당사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LG화학은 이날 "최근 (ITC 판결이) 2차 연기되는 다른 사례도 있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며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 수 없으나 ITC 위원회가 앞서 1차로 21일 연기한 데 이어 추가로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연기로 소송 더 절차가 더 길어지게 됐으며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빠르고 원만한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TC가 26일(현지시간) 예정이었던 LG화학-SK이노베이션 최종 판결을 재연기한 가운데 업계 해석이 분분하다. 사진은 각사 사옥.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ITC의 연기가 대통령 선거 등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는 관측이다. ITC가 판결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두 달 가까이 미루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인 만큼 기존 결정을 검토하려는 취지 아니냐는 것이다.
ITC가 기존 판결대로 SK이노베이션 최종 패소 결정을 하면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는 배터리 부품과 셀 등의 수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건설을 위한 투자 비용만 3조원에 달하는 조지아주 공장은 1공장에서 2000명, 2공장에서 600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조지아주 역사상 적지 않은 규모의 일자리 창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후보이자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었던 만큼 외신들도 이번 소송에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미 행정부는 현지 배터리 공장 수를 늘리고 싶어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TC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정을 내리길 원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ITC가 LG화학 승소로 최종 판결을 해도 SK이노베이션에 수입금지 조치는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 행정부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최종 판결을 ITC가 다시 연기한 만큼 합의를 위한 두 기업의 대화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를 위한 협상을 해왔지만 합의금 등을 두고 이견이 커 현재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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