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현재 알뜰폰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이통사(MNO)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점유율을 낮추고 3년 이내로 사업을 철수하는 정책을 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양원용 KB국민은행 알뜰폰사업단장,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7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서 로고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2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파격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이통 3사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통 3사가 아닌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통신 정책이 수행돼야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발언은 이통 3사가 자회사의 추가 진출을 통해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면서 설 곳을 잃은 중소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한 작심 발언이다. 이미 KT엠모바일이라는 알뜰폰 자회사를 가진 KT에서 또 다른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 진출을 정부와 협의 중인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통 3사가 유무선 사업의 인수·합병(M&A)과 MSO 인수합병으로 중소통신·방송 사업자를 멸종시키고 있다"며 "이들이 영업이익 증대와 비용감소라는 성과를 위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정부 정책이 이통 3사에 편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이통 3사가 아닌 과기정통부 장관 고시에 의해 통신 정책이 수행되면 우리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자율적인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로 혁신적인 통신 시장의 질적 발전에 동참하고 투자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 사용자 편익과 선택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이런 주장은 알뜰폰 협회 회원사들과 사전 협의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회원사인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중소 사업자를 지원해달라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이통 3사 자회사들이 메기 역할을 하며 이만큼 알뜰폰 시장을 키웠는데, 우리가 지금 빠지면 업계 전체가 힘을 못 쓴다"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는 다소 난감한 입장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진출을)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법이 정한 내용에 따라서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을 보면서 사업자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소한 알뜰폰 스퀘어는 알뜰폰 출범 10주년을 맞아 소비자들에게 알뜰폰의 특장점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홍보의 장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출시하는 다양한 요금 상품과 서비스, 단말기 선택 방법 등을 안내한다.
알뜰폰 스퀘어에 참여한 사업자는 △국민은행 △머천드코리아 △세종텔레콤 △아이즈비전 △위너스텔 △유니컴즈 △인스코비 △큰사람 △프리텔레콤 △KCT(한국케이블텔레콤) △LG헬로비전 △KT엠모바일 △SK텔링크 등 13개사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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