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 경영주에게 1주식당 최대 10주만큼의 의결권을 주는 복수의결권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벌들의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선 정의당 류호정 의원 주최로 ‘차등의결권 제도 관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주식은 의결권이 1개 미만인 부분의결권주식과 의결권이 복수인 복수의결권 주식으로 구분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1주당 10의결권이 가능한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에 대한 것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 경영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 방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는 벤처기업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를 받아 지분이 희석돼도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선 비상장 벤처의 차등의결권이 세습의결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상장 벤처가 지주회사나 지배회사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의 세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벌 후계자들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비상장 벤처기업들을 설립해 총수의 지주회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주식 스왑의 방식으로 세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복수의결권을 갖게 된 벤처기업에 벤처투자자들이 투자할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보건 변호사는 “민간 벤처투자자들은 경영권 확보 가능 수준의 지분 이전을 조건으로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혜택을 볼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아직 복수의결권 도입을 입법 예고한 상황인 만큼 차후 여러 논의 과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창업·벤처 생태계는 2016년 이후 매년 투자 규모가 1조원 이상씩 늘어나며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많은 목소리를 담겠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차등의결권 제도 관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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