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28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항의와 고성으로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문 대통령의 '여야 협치' 요청에 야유가 터져 나오는 등 험난한 연말 예산국회를 예고했다.
오전 9시45분 국회 본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팻말과 구호였다. 의원들은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 등 항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민의 요구 특검법, 당장 수용하라"며 라임·옵티머스 사태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해 피켓팅을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정연설 전 열린 '5부 요인 환담회'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불참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여당이 특검 수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사전에 불참을 통보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신원검색을 요구·실시했다는 이유로 행사장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와 관련해 경호처는 "(5부 요인과 정당 대표와 달리)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경호처장은 현장 경호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환담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불참했다. 사진/청와대
그러나 야당의 항의는 본회의장에서도 이어져 시정연설은 약 4분 가량 지연됐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야당도 예의를 갖춰 경청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서야 시정연설이 시작될 수 있었다.
시정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6차례의 박수로 화답했지만 국민의힘은 항의 손팻말을 흔들었다. 문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강조하는 대목에는 "하하하"라고 비웃는 목소리와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고함이 본회의장에 울렸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야당 의원쪽 통로를 지나 눈인사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외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뒤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에 피켓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여야의 반응은 상반됐다. 민주당은 "협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선도국가로서의 비전 선포"라고 긍정 평가했지만,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등은 "자화자찬", "근본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야당의 차가운 반응에도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변했다. 사전 환담회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힘을 잘 합쳐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또 선도국가라는 새로운 미래에 대해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면서 당 대표님들은 다시 한 번 청와대에 초청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하기 전 의원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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