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미국 정세가 대선으로 요동치면서 외교통일라인도 분주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차기 미 행정부가 외교정책을 검토·수립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 현안 해결은 물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대북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선 방미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또한 방미를 검토 중으로, 대선 결과 발표 지연 혼란 속 미 정부의 대북정책공백기를 대비하고 있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오는 8~11일 나흘 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갖는 첫 대면 회담으로,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미국 측 사정으로 불발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두 장관은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동맹 강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강 장관은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 의회와 학계 주요 인사 등과도 면담을 갖고 한반도 및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미 조야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내년 1월20일까지 자리를 지킬 트럼프 정부와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당선이 유력한 바이든 진영을 접촉, 정권 교체를 대비한 물밑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대선으로 인한 미국 정세 혼란 속 외교 공백 우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쪽은 지금 행정부로서 여러 오피셜 라인이 있고 바이든 전 부통령 측하고도 대선 과정을 통해 여러 소통 채널을 만들어 놨다"며 "그걸 잘 이용해서 앞으로 (한미)공조를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북정책 주무부서인 통일부도 분주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짧게는 두 달간, 길게는 새 외교안보 수장의 인사청문회 통과 후인 내년 7월까지 6개월간 '대북정책공백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에 다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북정책이 전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후퇴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대북정책 전망과 관련해 "포스트 전략적 인내 이런 부분을 우리가 잘 준비해서 한미 간 공조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장관은 "경우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기존 대북전략을 리뷰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 여백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전략이나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최근 있었던 '선미후남'적 접근 이런 부분들을, 다시 서울을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과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북미협상 기조를 이어가고 차기 행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북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도 이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비슷한 취지의 정책을 주문했다. 정 의장은 "미국 정부 외교안보팀 라인업이 끝나기 전에는 우리한테 조금 보폭을 넓힐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라며 "남북 관계가 한발 앞서 갈 수 있는 여지는 있고 아마 북한도 그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남북 관계가 앞서 갈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면서 "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용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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