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그룹이 추진 중인 사업부 매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현아 사업'으로 알려진 왕산레저개발은 새 주인을 찾은 가운데 서울시와의 긴 갈등 끝에 매각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던 송현동 부지는 암초를 만나 연내 매각이 불투명해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왕산레저개발·제주 파라다이스호텔·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은 사모펀드(PEF) 한앤컨퍼니에 9906억원에 이미 매각하기로 했다. 한앤컴퍼니는 새 법인인 '한앤코19호 유한회사'를 설립 후 양도받는데, 대한항공은 이 신설법인의 지분 20%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넘긴다. 거래 종결은 다음달께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진그룹이 유휴자산과 비핵심 계열사를 잇달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로 대한항공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져 자금 유동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 약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는데 국책은행은 내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한진그룹은 1조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1조원은 자산 매각을 통해 메꾼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되는대로 현금을 넉넉하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의 송현동 부지·호텔 사업 매각이 난항이다. 사진은 서울시 서소문동 대한항공 사옥. 사진/뉴시스
유상증자가 흥행하고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부 매각에도 성공하며 약 1조9906억원은 무난하게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를 통해 나머지를 채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왕산레저개발에 더욱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왕산레저개발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요트 레저시설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업은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매입하기로 했으며 매각 대금은 1300억원이다. 내년 1분기 중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왕산레저개발이 코로나19에도 매각에 성공한 가운데 송현동 부지와 호텔 사업 매각은 난항이다.
특히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와의 협상이 무기한 연기되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대한항공,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송현동 부지 매각을 조정을 위한 최종 합의 서명식을 하기로 했으나 계약서 문구를 수정하며 이를 연기했다. 서울시가 수정을 요구한 문구는 계약 시점과 대금 지급일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당초 서울시는 이 땅을 공원화하겠다며 매각을 추진했으나 매각가를 두고 대한항공과 이견이 컸다. 하지만 권익위가 중재하며 갈등이 마무리되는 모양새였다. 권익위는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송현동 땅을 제3자 매입 방식으로 확보하고,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시유지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태도를 바꾼 것은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넘기는 것에 대해 마포구 주민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호텔 사업 매각도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4월부터 삼정KPMG·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지정해 제주 파라다이스호텔과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코로나19로 호텔 사업들이 성과를 내기 힘들어지면서 아직 새 주인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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