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 지난 2018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송언석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역을 '제2의 대전역'으로 만들겠다며 남부내륙철도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중부내륙철도(문경∼김천) 건설을 요청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김천역 바로 앞에 가족 명의의 4층짜리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철도역 확장 결정 시 주변 구도심 활성화로 재산상 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이해충돌 금지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9일 <뉴스토마토>가 19대 국회인 지난 2012년을 시작으로 21대 국회, 현 시점까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관련 내용으로 논란이 된 언론 보도와 관련 보고서를 취합한 결과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국회의원은 총 78명에 달했다.
19대 국회 7명, 20대 국회 44명, 21대 국회 27명. 지난 10여년 간 언론보도를 통해 집계된 주식백지신탁 제도 관련 국회의원의 이해상충 규정 위반 혹은 의심사례다. 19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매 국회에 이해충돌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이를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에 손을 놓으면서 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박덕흠 의원은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수주받으며 이해충돌 논란의 불을 지폈다. 사진/뉴시스
19대 국회 일부 국회의원들은 직무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 채 법안 심사는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이어갔다. 이들 중 보유주식을 백지신탁한 7명의 의원들의 주식은 모두 매각되지 않았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정우택·윤명희·주영순·박덕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주승용·이상직·김영환 의원 등이 상임위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상임위 업무를 이어갔다. 기재위 소속이던 박덕흠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에도 총 129억여원의 건설업체 주식을 보유했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쌀을 판매해 논란이 된 윤명희 의원은 농해수위 배정을 받으며 8억여원의 쌀 관련 기업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하지만 백지신탁 된 주식이 실제 매각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지신탁된 주식이 의원 임기 만료나 의원직 상실로 신탄계약 해지를 청구하게 되면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당시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86명의 의원 중 백지신탁과 직무 관련성 심사 관련 규정을 위반한 의원은 총 44명으로 조사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결위와 정무위 활동을 하는 당시 알루미늄 제품 판매 회사의 주식 1억1000만원 어치를 7달 넘게 소유해 늑장 매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유섭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산자위 활동 시작 이후 약 1년 뒤에서야 보유 종목의 심사 청구를 신청했고 결국 '직무 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고 매각했다.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문화재 거리 투기 의혹'은 20대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법 논의에 불을 지핀 사례로 꼽힌다. 의원이 보유한 주식을 벗어나 상임위 활동에서 비롯되는 이해충돌 문제가 지적된 것이다.
목포시 부동산 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 지난 8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21대 국회는 박덕흠 의원이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며 피감기관들로부터 가족회사가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박 의원을 제외하고도 주식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현역 의원은 27명에 달한다.
반복되는 국회의 이해충돌 논란은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3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일명 김영란법이 국회에 제출 됐지만 심사과정에서 국회는 이해충돌방지의 도입방식과 적용범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부정청탁금지, 금품등 수수금지 부분만 포함시켰다. 결국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도입방식과 적용범위는 논의 중으로 남아있다.
박형준 국민권인위원회 행동강령과장은 "공직자의 청렴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금품수수 등 전통적 부패 외에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 추구 관행도 부패로 인식되고 있다"며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추구 행위를 막고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해충돌상황을 적절히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서울 강북 갑)이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직자 부동산이해충돌방지법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