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가 16일 징계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검찰 수뇌부 구성에 대한 법무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날 징계처분을 문재인 대통령이 그대로 승인하면 윤 총장의 총장 직무는 2개월간 정지된다.
검찰청법 13조는 '검찰총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차장검사가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돼 있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했을 때 권한대행을 맡았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0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그러나 조 차장검사는 전국 검사들이 추 장관에 대한 비판성명이 빗발치던 지난 11월30일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추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발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 주변을 비롯한 여당에서는 '조 차장검사가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차장은 추 장관 취임 초기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했다. 추 장관으로서는 조 차장검사에게 총장 권한대행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차장검사를 대신할 총장 권한대행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거론된다. 이 지검장은 추 장관의 최측근으로 추 장관의 행보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다만, 검사장인 이 지검장이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오랫동안 검찰 인사에 관여했던 한 고위 검찰간부는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고 돼 있다. 법상 검사장 직급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지검장을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전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이 지검장이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해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조 차장검사는 다른 보직으로 전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조 차장검사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조 차장검사와 가까운 대검의 한 검사는 "이미 직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인다.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래 전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했다.
조 차장검사가 물러나고 이 지검장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들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사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대검 간부급 검사는 "서울중앙지검만 해도 검사들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 소속 검사들이 진퇴를 요구했던 수장이 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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