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노동 조건이 후퇴한 아파트에 '공동체 활성화 대상'을 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성북구 월곡래미안루나밸리(루나밸리)를 올해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대상 단지로 선정하고 상패를 전달했다.
앞서 루나밸리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0월22일 정기 회의에서 미화용역업체 계약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1년 단위로 사업 수행실적을 평가하기로 했다. 지난 9월24일 회의에서는 경비원 등 아파트 단지 용역 직원의 추석격려금 지급 대상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근무로 변경하고, 6개월 미만 근무뒤 사직시에는 격려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미화 노동자가 용역업체로 간접고용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인데다 소속 업체가 1년 단위로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하는 것으로 후퇴해 고용 불안, 1년 미만 계약 시 퇴직금 미지급 등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 심의에서는 루나밸리의 경비원에 대한 활동이 높게 평가됐다. 경비원 갑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같이하는 밥상’ 행사를 열어 경비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에게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눴다는 것이 우수사례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루나밸리는 지난해 금상에 이어 이번에 1위에 해당하는 대상을 타 2년 연속 우수단지에 선정됐다.
노동당 성북구 당원협의회(당협)는 최근 논평에서 "경비원 등 노동자 처우 후퇴시킨 아파트 단지의 대상 선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며 "이후에는 공동주택 지원 심사시 단지 내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다양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인권 보호 부분도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희철 당협위원장은 "서울시는 공동주택 지원 전반에 노동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마을 공동체 대상을 수상하는데 '노동 없는 마을' 평가만 된다는 게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사업은 주민끼리 상생하고 화합하는지만 보는 것'이라며 "(용역 업자)노동 조건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루나밸리를 포함한 사업 우수사례 단지 7곳에 대해 오는 2021년 보조금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혜택 제공 방식은 자부담률을 낮추는 형식이다. 서울시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단지별 자부담을 제외하고 지급한다. 자부담률은 10%로 시작했다가 연차별로 10%P씩 올라가는 구조이지만 우수사례 아파트는 10%에 머무르게 된다.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월곡래미안루나밸리 근처에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사업 대상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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