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벌인 오랜 분쟁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에 이어 최종판결에서도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분쟁의 핵심이 된 균주 출처 도용을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아직은 '미완의 승리'로 남아있지만 최대 불확실성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다. 다만 주요 품목의 잇따른 국내 제동은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메디톡스는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 전 세계에서 4번째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을 2006년 국내에 출시한 이후 같은 품목의 200단위, 50단위, 150단위를 순차적으로 허가받았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액상 보툴리눔 제제까지 승인받아 이듬해 국내에 출시했다. 해당 품목들이 메디톡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53.7%로 절반이 넘는다.
올해 메디톡스의 최대 이슈는 단연 대웅제약과의 ITC 소송전이었다. 지난해 메디톡스가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제소하며 불이 붙은 양사 분쟁의 승기는 지난 7월 ITC가 예비판결을 통해 대웅제약 '나보타'의 10년 수입금지 결정을 내리며 메디톡스 측으로 기울었다. 이후 대웅제약이 이의를 신청하며 결과 변화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달 최종판결에서도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며 승리로 일단락 됐다.
연이은 승리에도 메디톡스 측 입맛은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ITC가 분쟁의 핵심인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영업비밀이 아닌 제조공정 등의 일부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나보타의 수입금지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축소됐다. 오히려 대웅제약이 '사실상 승리'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최종판결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균주 도용에 대한 ITC 인정 여부 역시 양사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명백한 균주 도용 인정을 확인받아 완승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그림일 수밖에 없다.
기대엔 못 미쳤지만 메디톡스 측이 ITC 승소를 통해 얻은 것도 확실하다. 양사가 서로 자신했던 ITC 소송에서 결과적으로 승리하며 국산 오리지널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명분을 지켰고, 향후 진행될 국내 소송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올해 수익성을 적잖이 갉아먹던 소송 비용의 절감 역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ITC 최종판결 전문 공개시의 균주 도용 증명 자신감도 여전하다.
다만 풀어야할 숙제는 남아있다. 안방시장인 국내에서 주요 품목들이 연달아 판매중지 처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품목인 메디톡과 이노톡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연이는 판매중지 및 허가품목 처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허가제출서류 조작 의혹이 골자다. 메디톡신의 경우 집행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며, 여전히 판매가 가능하고 이노톡신 역시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보건당국과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의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디톡스 오송 3공장 전경. 사진/메디톡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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