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상고심 심리 개시…브리핑 당일 동선·식사 쟁점
'킹크랩' 시연 당시 일정·닭갈비 식사 등 항소심서 배제
2020-12-27 09:00:00 2020-12-27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필명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가 시작됐다. 대법원의 상고심 심리에서는 항소심에서 쟁점이 됐지만, 재판부가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은 김경수 지사 수행비서의 동선과 '닭갈비 식사' 등의 내용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4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와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상고이유 등 법리 검토를 개시했다. 대법원 양측의 상고로 지난달 20일 이 사건이 접수된 이후 이달 23일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를 배당했다.
 
이번 사건 중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판단은 "지난 2016년 11월9일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경수 지사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검이 제시한 당일의 네이버 로그 기록은 오후 8시7분쯤부터 23분쯤까지로, 시연을 본 김 지사의 승인으로 '킹크랩' 개발이 이뤄졌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일명 '산채'로 불린 느릅나무출판사는 김씨가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로 사용된 장소다. 
 
항소심 과정에서는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으로 확인된 김 지사의 동선과 닭갈비 영수증, 닭갈비식당 사장의 증언 등 시연 시간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확인됐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한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거나 유리한 요소로 판단하지 않았다. 특히 김 지사가 김씨 등과 당일 식사를 했는지는 시연에 참관한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 요소다. 
 
수행비서의 타임라인에 따르면 수행비서는 당일 차량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파주시로 이동해 김 지사를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은 오후 6시50분쯤 경공모 사무실에 내려줬고, 오후 9시15분쯤 김 지사를 태우고 경공모 사무실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식사 시간 없이 오후 7시쯤부터 1시간 정도 브리핑을 진행한 후 7분 정도 김 지사와 김씨가 독대하고, 이후 시연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시연이 끝난 오후 8시23분쯤부터 김 지사가 떠난 오후 9시15분쯤까지는 약 50분의 공백이 발생한다. 특검은 이때 또다시 독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일 일정에 대한 변호인의 주장을 김 지사가 시연을 참관한 사실을 먼저 인정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동원이 2층 강의장에서 나온 후 별도의 공간인 김동원의 사무실에서 다시 독대를 했다는 진술은 경공모 회원 김모씨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유일하고, 김동원을 포함한 다른 참석자들은 김동원과 피고인이 2층 강의장에서 나와 5분~10분 남짓 사이에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증정받는 등 간략한 일정을 마친 후 사무실을 출발했다고 진술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브리핑과 시연을 마친 피고인의 동선을 세분화해 조사가 이뤄진 바 없고, 이미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시점에서 참석자들이 당일 일정과 동선 등을 분 단위로 세세하게 기억하기도 어려운 점, 피고인이 특검 주장 시연 로그와 같이 구동되는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판단한 이상 그 이후 피고인의 행적까지 일일이 특검이 증명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의 변호인은 "'브리핑 1시간', '독대 10분~30분 내외', '독대 후 10여분 내 출발' 등 방문 당일 동선은 세세하게 조사됐고, 김동원과 경공모 관계자 모두 동선과 관련해 '일관된' 진술을 '구체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조사가 미진했다는 것은 명백한 진술 증거를 자의적으로 배제하고 판단을 회피한 것"이라며 "더구나 로그 기록으로 시연이 확인됐으니 동선까지 특검이 입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순환 논리이자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더구나 항소심은 경공모 회원 우모씨, 박모씨 등이 당일 강의장 밖 사무실의 PC에 접속한 로그 기록이 오후 9시 이후에서야 나타나고, 이 로그 기록은 브리핑이 9시 정도에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동선에도 부합하는 자료임에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아무런 근거 없이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공모 회원 양모씨가 당일 오후 5시50분쯤 체크카드로 닭갈비 15인분을 결제하고, 김씨가 브리핑 일주일 전 부인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서 "수요일(11월9일) 닭갈비 20인분을 사서 데워서 저녁 대접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는 등 당일 경공모 회원들이 식사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 6월22일 18차 항소심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닭갈비식당 홍모 사장은 "닭갈비 영수증에 찍힌 테이블 번호 25번은 가공의 테이블 번호로 포장 판매할 때 쓰는 번호다. 총 23인분 정도 포장해드렸다"며 "포장해 간 사람들이 단골손님이라 기억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 초기에 김씨 등 다수의 경공모 회원이 당일 김 지사와 저녁을 먹었다고 진술한 점, 조모씨가 1심에서 당시 일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김 지사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모두 배제하고, 김 지사가 특검 조사에서 "뭘 먹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만을 판단의 근거로 인정했다.  
 
변호인은 "항소심은 포장해 간 닭갈비를 누가 어떻게 먹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김 지사와의 저녁 식사가 없었다고 단정했다"며 "이는 사실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한 항소심은 판결문 곳곳에 김동원과 그 일당이 말을 맞추거나 허위 진술을 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식사 여부에 대한 김동원 등의 번복된 진술은 인정했다"며 "이는 자의적인 진술 증거 채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김동원과 경공모의 입장에선 특급 VIP 손님을 모셔 놓고 겨우 20분 늦었다고 자신들끼리만 먼저 식사를 하고, 손님은 2시간 넘게 굶겼다는 것은 경험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지난달 6일 김 지사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특검은 같은 달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무죄 부분에 대해 상고했고, 김 지사 측은 12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의 유죄 판단에 대해 상고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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