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에게 1억씩 배상하라”
"반인권 행위에 대한 재판권 면제하면 불합리ㆍ부당"
2021-01-08 12:13:00 2021-01-08 12:13: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첫번째 손해배상 소송에서 8일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이날 위안부 피해자 고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본국이 원고에게 각 1억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일본국)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인 사기진작 목적으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위안부 제도를 마련했고, 원고를 유기 납치했다”며 “원고들은 위안소에 감금된 채 하루 수십 명 군인의 성행위 대상이 됐고, 상해와 성병, 원치않는 임신, 상시 폭력에 노출돼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이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피고로부터 국제적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1억 원 이상이라고 봐 타당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국가면제(주권면제)였다. 국가면제는 국내 법원이 외국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관습법이다.
 
재판부는 일본국에 대한 이번 재판이 주권국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니라고 봤다. 일본제국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저지른 범죄행위여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사건이 일어난 곳도 일본이 불법 점령한 한반도인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된 국가가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했을 경우까지도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권 면제를 적용할 경우)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국민에 대해 인도에 반하는 중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 여러 국제협약에 위반됨에도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된다”며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해하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한 점, 개인에 불과한 원고들이 이번 소송 외에 배상 받을 방법이 요원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국제재판관할권 역시 있다고 판단했다.  불법행위 일부가 한반도에서 자행됐고, 원고가 한국민으로 거주중인 점, 증거자료가 대부분 수집돼 일본 내 증거조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점,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이지 않고 병존할 수 있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위안부는 일본제국이 비준한 조약과 국제법규 위반이고, 2차대전 이후 도쿄재판소 헌장에서 처벌하기로 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도 손해배상 근거가 됐다.
 
원고 측 대리인 김강원 변호사는 선고 직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것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일본국으로부터) 강제 집행 가능한 재산 있는지 별도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 수교 하면서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견이 조금 있다”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그때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당연히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로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배상 보다는 사죄”라며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자국민에 알려 이런 전쟁범죄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시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