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국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선고가 이번주 열린다. 첫 소송에서 승소 판단을 내린 만큼 두 번째 소송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재판장 민성철)는 오는 13일 고 김복동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선고를 내린다.
지난 8일 승소한 첫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 사건은 2016년 1월 김강원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이번 선고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같은해 12월 고 김복동 할머니 등 20명을 대리한 사건에 대한 결론이다. 원고소가는 30억3300여만원이다.
13일 예정된 선고 역시 첫 법원 판단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대 쟁점인 국가면제(주권면제)는 국내 법원이 외국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일종의 관습법이라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지난 8일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처음 들어 준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2차대전 당시 일본제국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저지른 인권유린의 피해자가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해선 안 된다고 봤다. 국가면제는 헌법 질서에도 맞지 않다는 취지다.
민변도 지난해 11월 변론기일 때 크리스틴 친킨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국제법 명예교수와 키이나 요시다 박사의 의견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두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국가면제로 보호받는 주권적 행위가 아니고 만고불변의 원칙이 아니며, 국제인권법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면제 법리를 적용하고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적용 방식을 심리하는 주체가 국내 법원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대 이탈리아 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저지른 반인권적 불법행위에 대해 이탈리아 피해자들이 독일 상대로 낸 소송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2년 이 사건에 국가면제를 관습법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국가면제를 부인했다. 침해된 개인의 권리와 존엄의 회복을 담보하기 위한 헌법질서 가치가 침해돼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지난 8일 선고를 내린 재판부 역시 이 논리를 채택했다.
손해배상 근거 주장에 대한 판단도 첫 선고 때 나왔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위안부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고, 2015년 양국 간 관련 협의도 개인 배상을 포괄하지 못한 점 등을 선고에 반영했다.
그간 민변도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약을 이유로 위안부 문제를 외면해온 점을 지적했다. 2015년 협의도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결여돼,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과 국제규범 관점에서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국가 간 합의로 소멸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번 소송이 개인 피해 회복의 최후 수단이라는 점도 재판부 선고 이유와 민변 주장의 공통점이다.
학계를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같은 법원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전혀 다른 판단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고는 법리를 형성하는 과정인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쟁점에 대해 같은 법원에서 다른 판결을 내면 법적 통일성과 안정성을 깰 수 있다"며 "판결도 일종의 법원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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