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올겨울 전국의 조류인플루엔자(AI) 10건 중 3건이 경기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도가 AI 확산지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닭과 계란 등의 소비가 수도권에 밀집했고, 가금류 농장도 산재한 특성 탓에 AI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경기도는 14일 0시 기준으로 도내 가금류 농장 435곳에 대해 AI 예방을 위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주 2회 이상 간이검사를 비롯 가금류 농장 전용 환적장을 운영하고 시·군별 알 반출일을 지정하는 등 AI 예방에 고심이다. 하지만 AI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26일 가금류 농장 AI 첫 발생 이후 전국에서 생긴 59건의 AI 중 경기도는 가장 많은 16건이다. 이어 전북과 전남이 각각 11건, 충남7건, 경북5건 등이다.
경기도는 AI가 가장 많이 발생한 원인에 관해 방역대책이 부실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역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중심으로 전국이 공통된 대책을 시행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경기도는 추가적으로 차량이동 제한 등 자체 행정명령을 내리고, 산란계 농장 및 철새 도래지 긴급 방역도 실시하는 상태다.
경기도에선 닭과 계란 등의 유통 과정에 무게를 뒀다. 한 관계자는 "닭과 계란 등을 소비하는 인구가 수도권에 몰린 탓에 전국의 축산 차량들이 이쪽으로 대거 올라올 수밖에 없다"면서 "교통망을 보면 경상도나 전라도, 강원도 등에서 서울과 인천을 가려면 반드시 경기도를 거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도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하듯, AI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2월14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AI 발생 산란계 농가 인근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금류 농장이 밀집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관계자는 "도내 가금류 농장은 약 5000곳이고, 전국 알 생산의 20%를 담당한다"며 "농장과 가금류 개체 숫자가 많다 보니 AI도 많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북한 등에 가까운 지리적 위치도 AI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2017년 초 AI 대유행도 중국 등 해외로부터 유입된 야생조류가 AI를 옮긴 것으로 분석됐다.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광견병 등은 남북 접경지역에서 발병했다"라면서 "접경지 인근 공동방역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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