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계열 보험사가 비은행 사업으로 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금융지주는 보험사 실적 개선으로 카드사 실적 하락을 만회하는 효과를 봤는데요. 효자 역할이 카드에서 보험으로 전환되는 모습입니다. 다만 보험사 실적 개선이 투자손익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본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투자손익이 보험사 실적 방어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중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전해졌습니다. 5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18조723억원으로, 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비은행 부문 순익 비중은 전년보다 1.1%p 늘어나 23.2%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KB금융은 보험 계열사의 호실적이 두드러졌습니다. KB손해보험은 3분기 누적 기준 766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비은행 계열 중 1위 수익성을 보여줬고, KB라이프 역시 2548억원의 순익을 올렸습니다. 두 보험사의 실적을 앞세워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익은 1조217억원에 달했습니다.
NH농협금융도 30.1%의 비은행 순익 비중으로 그룹 실적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NH농협생명은 2109억원, NH농협손해보험은 1219억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가 5145억원의 순익을 창출했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272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명암이 갈렸습니다. 그러나 비은행 순익 기여도는 29.8%에 달했습니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순익 비중은 18%로 아직 낮은 편이지만, 지난 7월 편입한 동양생명(1099억원)과 ABL생명(388억원)의 효과가 크게 작용하며 비은행 기여도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비은행 기여도가 높아졌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보험사 실적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투자손익(금융손익)에 좌우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도 이를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 보험계약마진(CSM) 등 기본 체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회계상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 확대 등으로 본업 손익 개선 속도가 더딘 상황입니다.
3분기 누적 기준 KB손해보험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25.9% 감소한 반면, 투자손익은 173.4% 급증했습니다. KB라이프도 보험손익이 10.5% 줄었지만 투자손익이 14.2% 증가했습니다. 신한라이프 역시 보험손익이 4.4% 감소했음에도 투자손익이 49.6% 급증하며 순익을 방어했습니다. 순익의 상당 부분을 금융시장 환경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손익 방어 전략도 금리 인하기 진입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로 3분기부터 약해지는 조짐이 포착돼 우려가 제기됩니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와 한화·동양·KB라이프·iM라이프생명 등 주요 생보사의 3분기 순익이 일제히 감소하면서 투자손익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보험영업 수익 회복 시급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손익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사업비 지출 증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비가 지속 상승하고, 보장 범위를 확대한 신상품이 늘어나면서 지급보험금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업계 전반의 손해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판매 경쟁 심화로 사업비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가운데 보장 강화 기조로 인해 지급보험금 증가세가 지속되며 손해율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험업계는 단기 실적을 좌우하는 투자손익 영향력을 줄이고, 본연의 보험영업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보험영업은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계약 마진 등 기본 보험 손익을 의미하는데, 최근 몇 년간 손해율 악화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저하된 상태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업계는 △보험료율 및 상품 설계 규제 완화 △자본규제(K-ICS·RBC)의 탄력적 운영 △디지털 보험·플랫폼 연계 상품 등 신사업형 상품 승인 기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규제 환경이 새로운 상품 개발과 가격 책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보험영업 기반의 수익성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금융당국도 일부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말 해약환급준비금 적립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에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권고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추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며 자본 부담을 다소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는 필요 조건일 뿐, 보험영업 본연의 경쟁력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구조적 실적 반등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투자손익에 기대던 실적이 금리 변동성 앞에서 흔들리는 만큼, 보험사가 본업 강화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실행에 옮기느냐가 향후 비은행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성과 금융지주 실적 안정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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