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전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도 늘면서 철강사들이 그동안 동결했던 조선·자동차용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다만 조선·자동차사들이 철강사들의 인상안에 쉽게 동의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일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주(29일 기준) 국내 열연·냉연·후판·철근 톤(t)당 평균 가격은 84만원으로 전주보다 1만원(1.2%) 올랐다. 구체적으로 열연 88만원, 냉연 92만원, 후판 81만원, 철근 75만원이다. 열연과 철근 가격은 전주와 동일했고 냉연이 3만원, 후판이 1만원 상승했다.
주요 철강 제품 가격은 중국의 감산과 철광석값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1월 철강 제품 평균 가격은 81만6000원으로, 1개월 전보다 13.2%, 2개월 전보다 17.1% 올랐다.
현재 철강사들은 조선사, 자동차사들과 제품 가격 협상에 이미 돌입했다. 지난해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의 오랜 수주 부진, 코로나19 등의 영향을 고려해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 강판 가격을 유지하거나 소폭 인하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조선·자동차용 제품 가격을 크게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철강사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지난해 2월 t당 80달러 안팎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약 1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자동차사들도 가격 인상 자체에는 동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폭은 최대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사들은 국내 조선 3사와는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 자동차 강판의 경우 매 분기마다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용 후판의 경우 당초 업계에서 최소 5만원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0만~13만원을 올려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달 협상을 하는 유통용의 경우 이미 6만~7만원씩 인상해왔고 가전사들도 실적이 좋아 약 10만원가량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또한 주력인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1~2분기 내에 협상을 마친다는 계획인데 협상이 길어지면서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 추후 소급 적용한다. 그동안 가격 인상폭을 드러내지 않았던 철강사들이 이처럼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면서 이번 협상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4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장기 계약을 맺는 조선사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건조량이 늘면서 후판 수요가 전년 대비 100만t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자동차사의 경우 유통 가격만큼 올리지 못해도 원가 상승분은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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