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부가 여행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여행업 등록 기준 완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행업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업계 전반이 고사 직전으로 몰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의 여행업 진출 기회를 넓히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2일 정부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일반여행업의 등록자본금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국내외여행업은 4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기존 일반여행업은 '종합여행업'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외여행업은 영업 대상과 범위에 국내를 추가해 '국내외여행업'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코로나19 시국에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국에 여행사 업체를 늘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중소 여행사는 신규 사업자들과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여행 상품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정부는 과거 한 차례 여행업 등록 자본금을 2억원에서 1억원(일반여행업 기준)으로 낮춘 바 있다. 그 결과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여행사 2500여개가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행사들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정부 조치엔 장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약 2만여곳에 달하는 중소 여행사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여행업 등록 기준 완화는 이미 규제개혁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입 장벽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2019년부터 준비해왔던 부분”이라면서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면 업체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 편익도 증진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규제 완화가 업체 간 경쟁을 크게 심화 시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여행협동조합과 중소여행협력단, 한국공정여행업협회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와 국회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중소여행사의 운영자금 지원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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