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어렵게 마련한 2년 치 임금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노동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가운데 울산 공장에서 사망 사고까지 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사 대립각이 첨예해지면서 임단협 협상은 더욱 길어질 조짐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8일 오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현장 노동자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 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대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동일한 원인으로 산재 참사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대중공업 사업주를 즉각 구속하라"고 밝혔다.
지난 5일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에서는 2.6톤(t)짜리 철판이 흘러내리면서 지나가던 노동자 강모씨가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조는 철판을 완전히 고정한 후 미끄러짐 방지대 등을 설치하는 게 기본 안전 조치인데 회사가 이런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철판을 옮겨 세팅하는 업무는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하청업체인 '현대중공업 모스'가 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이 작업을 하청으로 떠넘기면서 담당 노동자들이 안전 지침을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중량물 관련 안전을 관리 감독하는 작업 지휘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윤만을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장비 업무를 분사시켰다"며 "이마저도 비용 절감을 위해 문어발식 하청구조를 확대하면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8일 오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서 지난 5일 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이 가운데 1년 9개월 만에 마련한 2019·2020년 임단협도 진전이 없다.
노사는 최근 2년 치 임단협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지난 5일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자 6952명(투표율 93.7%) 중 58%가 반대해 부결됐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가장 큰 요인은 물적 분할 위로금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회사는 2019년 5월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으로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게 됐는데 이는 향후 임금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상당수 조합원들은 물적 분할을 반대했다.
물적 분할을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다가 받은 징계를 없던 일로 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부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안전사고와 노사 갈등이 계속되며 새해 잇따른 수주에도 현대중공업은 활짝 웃기 힘든 상황이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사고로 이날 현대중공업 전 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임단협으로 인한 노사 갈등 또한 향후 파업 등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을 더하고 있다.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열린 임직원 '안전대토론회'에서 "이제는 더 이상 우리 현장에서 일을 하다 고귀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며 "또 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회사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현장 안전을 사수하는데 모든 임직원이 함께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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