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현이와 덕이’로 활동하며 ‘한국의 카펜터스’로 불린 고 장현과 장덕. 1970~1980년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한 이들의 음악과 삶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30주기(장덕 1990년 2월4일·장현 8월16일 작고)였던 지난해부터 인디레이블 루비레코드는 트리뷰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속 가수들이 과거 장덕의 인기곡을 재편곡해 부르는 추모 앨범이다.
싱어송라이터 모트는 지난 14일 장덕의 ‘점점 더 가까워져요’와 ‘소녀와 가로등’의 편곡 버전을 엮은 미니앨범을 냈다. 지난해 ‘님 떠난 후’로 스타트를 끊은 그룹 레인보우 노트도 10일 ‘얘얘’를 발표했다.
원곡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젊은 감각을 유입시키는 오늘날 작법으로 완성됐다. 이 곡들을 묶은 LP역시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김성환 음악저널리스트는 "돌이켜보면 장덕은 대중 앞에 음악을 처음 선보였던 시점부터 사망 전까지 꾸준히 ‘천재성'에 대한 찬사를 받아왔던 뮤지션"이라며 "가사에 담긴 감정 표현, 세련된 편곡과 가벼운 신시사이저 활용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도 촌스럽지 않고 정감있게 느껴진다"고 트리뷰트 앨범 소개글에 적었다.
싱어송라이터 모트가 재해석한 장덕 앨범. 사진/루비레코드
장덕은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거론할 때 심수봉과 함께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1984년 데뷔한 이선희조차 1996년에서야 작곡을 시작했던 점을 미뤄보면 선구자였던 셈.
그가 작고한 1990년대를 기점으로는 이상은, 김윤아, 임현정 등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여성 뮤지션들이 본격 등장하게 된다.
클래식 집안에서 자란 장덕은 오빠 장현과 어릴 적부터 악기를 다루며 작곡을 배웠다. 1975년 만 13세의 나이로 '드래곤 래츠'(장현과 결성)란 팀으로 미8군 파티에서 공연한 것이 데뷔 무대다.
이후 몇개월 뒤 장덕의 자작곡으로 T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현이와 덕이'로 활동명을 바꾸게 된다. 1985년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하는 동안 '너나 좋아해 나너 좋아해', '뒤늦은 후회', '순진한 아이' 등의 대표곡들을 냈다.
장덕은 솔로로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977년 제1회 MBC 서울가요제에서는 가수 진미령이 부른 ‘소녀와 가로등’의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1986년 4집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님 떠난 후'를 히트시켰고, 이은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의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최근 트리뷰트 앨범 외에도 이들을 추모하는 흐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난달에는 장덕의 유해가 뿌려진 춘천 남이섬에 추모 노래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올해는 악보집 출간과 다큐멘터리, 음악 영화 제작도 예정돼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한 '현이와 덕이 오마주' 앨범 프로젝트도 올해 안에 마무리 계획에 있다.
장덕. 사진/에이엠지글로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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