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의 파급효과로 수혜를 얻은 섹터 중 하나가 골판지다. 택배 증가로 인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는데 원재료인 고지가격이 하락해 원재료가격과 제품가격이 벌어져 얻는 스프레드 마진이 증가한데다, 대양제지 화재사고로 공급이 감소해 골판지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달리 같은 제지업종에 속해 있어도 골판지 대신 백상지, 백판지 등을 만드는 제지업체들은 오랜 기간 소외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상업시설에 대한 규제가 일상이 되다 보니 학교나 기업체 등에서 많이 쓰는 인쇄용지와 점포들이 사용하는 특수지 수요가 크게 감소해 이들의 피해도 컸다.
한솔제지(213500)는 백상지, 백판지, 아트지 등 인쇄용지와 특수용지, 포장용지를 생산하는 종합 제지업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원재료를 거의 수입하지만 수출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수익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한솔제지의 지난 4분기 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매출은 3분기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3억원에 불과했고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포장박스용 용지와 라벨 감열지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오프라인 소비가 줄면서 영수증 용지인 감열지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한솔제지가 산업용지(백판지)는 견고한 실적 흐름을 유지했지만, 인쇄용지와 특수지의 적자폭 확대로 4분기 영업실적이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며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판매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수요 부진에 판매가격 특히 수출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펄프와 고지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약화되고 있는 인쇄용지와 특수지의 영업실적을 감안해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1.3%, 12.3% 내렸다.
결국 인쇄용지와 특수지 매출은 코로나19에 달린 셈이어서 당분간은 부진한 흐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됐다. 코로나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펄프가격 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최근 펄프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기업의 실적도 함께 좋아지려면 원재료 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한솔제지가 업계 대표기업이라는 위상 때문에라도 가격 인상에 앞장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배당투자를 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올렸지만 주당 배당금은 증액했다. 2019년 영업이익 1053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946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중단사업 효과로 400억원에서 59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3년간 주당 600원을 유지했던 배당금도 지난해는 중간배당 200원을 포함해 700원으로 늘었다.
실적과 자산에 비하면 이 정도 배당을 하는 것이 무리한 것도 아니어서 앞으로 이익이 조금 줄어들어도 배당을 줄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즉 올해 실적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다고 해도 700원, 최소한 600원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주가 기준 5%를 오가는 시가배당률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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