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하반기 자사주 매입을 선언한 기업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대되자 하락 방어를 위해 회삿돈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자사주 매입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주가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지난 8월 이후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일 기준으로 8월에만 78개 기업이 자사주 매입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그달에만 1조원에 가까운 자사주를 사들였습니다. 9월에는 7755억원, 10월엔 4704억원, 이달에도 지난 20일까지 54개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신고한 후 2000억원 규모를 쏟아부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기엔 지난 15일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삼성전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총 10조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공시 후 20일까지 보통주 100만주, 우선주는 14만주를 매입했습니다. 각각 554억원, 66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KT&G도 지난 7일 135만주 자사주 매입과 소각 결정을 알린 후 20일까지 신고한 수량의 3분의 2가량인 90만주를 사는 데 1075억원을 썼습니다. KT&G의 경우 지난 8월에도 361만주, 3853억원을 투입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가 크게 두드러진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4일 5만원 선을 깨뜨리며 충격을 안겼는데요. 다음날 장마감 후 자사주 매입 공시를 올렸습니다. 공시 전 그 사실이 먼저 시장에 퍼졌는지 주가는 하루만에 반등해 현재 5만6000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KT&G도 이달 7일 공시가 나오자 다음날 10%가량 상승한 후 이날까지 소폭의 등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4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한미반도체는 50억원어치를 사들였으나 주가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아직 바닥을 맴돌고 있습니다. 24만주 매입을 공시한 후 그중 90%를 사들인 삼영도 처지가 비슷합니다. 500억원 매입 계획을 밝힌 후 90억원어치를 사들인 휠라홀딩스는 조금 올랐으니 이들에 비하면 사정이 낫습니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 발표가 주가 하락 방어에 효험이 있었던 경우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체 상장주식 대비 의미 있는 수준이거나, 단순히 매입 후 보유에 그치지 않고 소각 계획까지 밝힌 경우 상대적으로 효과가 컸지만, 대부분은 소량 단순 매입에 그쳤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이젠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만으론 주가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며 “소각까지 같이 나와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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