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여야는 15일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관련 정보 공개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국회 정보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후 박지원 국정원장이 참석한 정보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결의안의 명칭은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으로, △국정원의 사찰정보 선제 공개 및 폐기 △불법 사찰에 대한 국정원장의 사과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및 재발방지 노력 등이 포함돼있다.
당초 지난달 2월16일 김병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발의됐지만, 4월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야당의 요청으로 안건조정위로 넘어가게 됐다는 후문이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의원 3분의1이상 요구에 의해 구성되며, 위원장이 간사간 협의를 거쳐 90일 이내로 활동기간을 정할 수 있다.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관여 금지법의 잉크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이 정쟁 중심에 서게 되는 상황은 국정원을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재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국정원이 선거 중심에 서있는데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선거 이후로 국정원 불법 사찰 이슈를 넘기는게 좋겠다는 차원에서 안건조정위로 회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불법사찰 관련 자체조사에 좀 더 속도를 내 한 달 이내에 진전된 결과물을 국회에 내놓기로 했다.
아울러 이날 정보위에서 국정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불법 사찰을 벌여왔다고 보고했다. 다만 정권 차원에서 불법사찰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고 보고 역시 받지 않았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정권 차원의 사찰 지시가 있었고 보고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에 불법 사찰 내용이 보고됐지만 지시 여부는 불명확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기획관을 역임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당시 국정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 혹은 보고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렸다.
하 의원은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이라고 했을 때 박형준 당시 기획관이 직접 요청한 근거가 있냐고 물었더니, '(국정원은) 그건 없다'고 했다"며 "홍보기획관 본인이 요청한 건지, 그 밑에 직원이 요청한건지 구별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의원은 "국정원은 다른 부서와 달리 통상 파견관이 정보를 취합받아 정보를 요청한다"면서 "민정수석이나 홍보기획관이 요청할 경우 요청자를 확인해 보고서를 만들거나, 홍보기획관이면 누가 요청했는지 명확히 한 뒤에 보고서를 생산해 당사자한테 직접 전달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정원이 정보위에 보고한 불법 사찰 관련 정보 공개 청구는 15일 현재 총 171건으로 개인 160명, 단체 11곳이다. 이 중 개인 92명, 단체 10곳은 102건은 종결 처리했고, 청구 취소 등으로 현재 남은 68건에 대해서 진위를 파악 중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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