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최근 폭스바겐의 배터리 독립 계획 발표 이후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매출 감소 우려로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반대로 저평가 영역에서 장기간 횡보하던 폭스바겐 주가는 이를 재료로 날아오르며 독일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폭스바겐그룹은 ‘파워데이’ 행사를 열고 자사 전기차에 현재 사용 중인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를 점진적으로 늘려 2030년 배터리의 80%를 각형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함께 투자한 노스볼트에서 각형 배터리를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국 기업에 돌아올 물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현재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등 충격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내 업체들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만들고 있다. 두 회사는 3~4년치 납품할 물량을 확보한 상태여서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에 이어 2위 폭스바겐까지 돌아서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가 급하게 됐다.
국내 업체들에겐 날벼락이지만 폭스바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2위에 올라 있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및 배터리 사업을 강화할 경우 테슬라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증시도 즉각 이와 같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2015년에 터진 이른바 ‘디젤게이트’ 이후 장기간 횡보하던 주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17일 독일 증시에서 폭스바겐(종목기호 VOW) 주식은 15.83% 오른 308.80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3월 들어 59.42% 급등했으며 이번주 3영업일 동안에만 33.79% 뜀박질했다. 300유로는 물론 200유로를 돌파한 것도 디젤게이트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주가 상승 덕분에 독일 소프트웨어기업 SAP를 제치고 시총 1위 자리에 등극했을 뿐 아니라 저평가 설움도 어느 정도 떨쳐낸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3월 초까지만 해도 올해 컨센서스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8.5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에 머물러 현대차, 기아차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15.6% 감소해 매출과 이익이 뒷걸음질했지만 올해는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올해 눈에 띄는 판매량 및 매출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대에 그쳤던 영업이익률도 내년엔 7~8%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선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세그먼트의 전기차 ID.3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에도 흥행했으며 조만간 SUV차량인 ID.4를 포함해 다양한 모델을 출시 할 계획이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판매한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42만2000대이며 올해는 그 2배가 넘는 100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 2025년까지는 테슬라를 잡고 글로벌 전기차 1위에 오른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6개 배터리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배터리 내재화할 경우 엔트리모델에서 50%, 볼륨모델에서 30%의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판매가격 할인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또한 전기차 판매에 필수적인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협력사들과 함께 유럽에서 1.8만개, 중국에서 1.7만개의 충전소를 구축하고 미국엔 올해 연말까지 3500개 충전소를 만들 계획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생산할 때까지 엄청난 자금을 오직 투입하기만 했지만, 폭스바겐은 완성차를 판매하는 동시에 전기차와 배터리 투자를 늘리는 것이어서 안정감에 차이가 있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는데도 주가가 고평가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점이다. 폭스바겐의 재평가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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