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질병과 임신 등 사정이 있어도 5년 응시 제한(오탈제)에 걸려 시험 기회를 잃은 점이 부당하다며 2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변호사시험 평생 응시 금지자 11명은 평생응시금지철폐연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정치하는 엄마들과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변호사시험 기회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해당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평등권과 생명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평생 응시 금지자 A씨는 "로스쿨 재학 중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생긴 엄청난 학자금 대출로 졸업과 동시에 생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3년간 밤낮으로 열심히 일한 덕에 겨우 빚의 부담에서 벗어나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지만, 참담하게도 나의 성실함은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 제한'이라는 벽을 쌓은 법조계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평생 응시 금지자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B씨는 암 판정 이후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뇌경색 판정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10회 시험을 결시해 평생 시험 자격을 잃었다.
C씨는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어머니가 말기암 확진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를 돌봐줄 가족도, 간병인을 둘 경제적 여유도 없어 병실에서 틈틈이 책을 읽었다. C씨의 어머니는 시험이 끝나고 2주 뒤에 돌아가셨다. 그는 "아프신 어머니를 돌보면서도 수험서를 들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럽고, 특히 시험을 치르는 한 달여 기간에 어머니보다 시험을 더 신경써야 했던 점이 죄책감으로 남는다"며 "이 제도는 어째서 시험을 미루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킬 자식의 도리를 다 할 수 없게 하느냐"고 물었다.
임신한 몸으로 시험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D씨는 병원에서 입원을 권하는 고위험 임신을 했지만, 마지막 시험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시험 2주 뒤 조기출산했다. D씨는 "시험이 연수제한이 아닌 횟수 제한이기만 했어도 아이를 낳고 키운 뒤 제대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라고들 하면서도 변호사시험은 '엄마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으냐"고 했다.
남성의 경우 대학교 졸업과 군 복무, 로스쿨 입시와 변호사 응시기간을 합치면 40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청년실업 문제와 직결된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최상원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회장은 "정부 정책을 믿고 청년기에 10년 이상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도 강제로 법조인이 되는 길을 막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그 청년과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살인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양필구 법조문턱 낮추기 실천연대 사무총장은 "이 제도는 본래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전제했다"며 "로스쿨은 이제 2명 중 1명만 졸업하는 기관이 됐고, 여기서 절반이 다시 변호사시험으로 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변호사시험 기회 영구 박탈은, 개인의 노력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헌법소원 대리인 류하경 법무법인 휴먼 변호사는 "2001년 사법시험 응시 횟수를 4회로 제한하고 4년 뒤 다시 볼 수 있게 한 법안도 헌재에서 위헌성을 인정해 가처분을 받아주자,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폐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헌재는 변호사시험 오탈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청구인 측은 지난해 변호사시험의 오탈제도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명은 임신출산 등 예외사유 전면 불인정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으로는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 방효경 법무법인 피앤케이 변호사,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박한희 변호사, 박은선 법률사무소 위 변호사, 장세진 법률사무소 율창 변호사가 참여한다.
변호사시험 평생 응시 금지자와 평생응시금지철폐연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정치하는 엄마들이 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변호사시험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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