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오른다" 2조 규모 자금조달 나선 금융사
조달금리 두달새 2%중후반서 3%대로…대출 성장세에 선제적 자본 확충
2021-04-27 15:30:30 2021-04-27 15:30:3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금융사들이 이달 들어 2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높은 대출 수요가 여전한 데다 시장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대출 영업을 위한 선제적인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을 비롯한 은행계 금융지주가 이달 들어 계획한 조건부자본증권(영구채·후순위채) 발행 규모는 1조8800억원이다. 조건부자본증권은 금융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재무지표 산정 때 자본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자금조달과 동시에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된다. 
 
먼저 KB금융(105560)이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조만간 4100억원 이내의 영구채 발행을 의결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도 23일 이사회를 열고 2700억원 이내의 영구채를 발행을 결정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후순위채 발행을 정하거나 발행을 예고했다. 신한은행은 3000억원으로 규모를 확정해 내달 5일 청약에 들어간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수요예측에 따라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이내에서 발행금액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 은행은 공통으로 "대출금·유가증권 운용을 목적으로 한 발행"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1분기 실적발표를 전후해 자본조달에 나서는 건 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크다고 판단해서다. 대출이 증가하면 위험가중자산(부실채권)이 함께 쌓이기 때문에 자본 규제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3월까지 은행별 원화 대출 증가율은 우리은행이 2.7%, 신한은행 2.5%, 우리은행 2.1%, 국민은행 0.6%다. 은행들은 연간 6% 수준의 대출 성장을 계획한다. 국민은행을 제외하고는 목표 이행률이 높은 상태다.
 
지난해 바젤3 최종안 조기도입으로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한 위험가중자산이 덜 잡히고 있는 점도 있다. 주요 은행의 올 1분기 BIS비율이 15% 이상으로 규제비율(10.5%)를 상회하고 있지만, 코로나발 위기가 여전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로부터 중기대출 확대를 계속해 요구받고 있어 선제적으로 자본 완충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21일 2.9~3.3% 금리로,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이달 초 3.15% 금리로 영구채를 조달했다. 전달 신한지주(055550)가 2.94%, 2월 KB금융이 2.67%로 영구채 조달한 점을 비춰보면 금리가 두 달 사이 크게 올랐다. 은행들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하자 조달비용 감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노력에 1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을 직전분기 대비 평균 5.75bp(1bp=0.01%p) 개선하기도 했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영구채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영구채 발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초에 대출이 생길수록 이자수익이 더 많아지기에 은행들이 2분기까지 연간 대출 성장 목표치의 70%를 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출 성장세가 빠르긴 하나 가계대출 정책 시행 등으로 작년과 같은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조달금리가 상승할 분위기가 감지되자 은행계 금융사들이 이달 들어 2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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