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새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을 지명했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역시"라는 말이 나왔다. '칠전팔기의 사나이'라는 말도 들렸다.
김 후보자는 2018년 문재인 정부 법무부 2대 차관으로 박상기·조국·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2020년 9월 차관에서 퇴임한 뒤 변호사가 됐지만 늘 권력기관 요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달고 다녔다. 금융감독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고 감사위원이 될 거란 얘기도 나왔다. 물론 검찰총장 후보로는 단골 인사였다. 가히 '칠전팔기의 사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지난 4월29일 김 후보자를 포함한 검찰총장 후보 4명을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했다. 유력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김 전 차관이 최종 후보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법조계는 물론 여론에서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문재인 정부 고위 검찰 또는 그 출신 인사 중에 이 지검장과 비교될 수 있는 친정부 인사는 김 전 차관 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같은 결에서 정권 말기를 맡기기에도 안성맞춤인 인사다. 그만큼 임명제청도 곧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박 장관이 뜻밖의 장고에 들어갔다. 나흘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조남관 대검 차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이름이 총장 최종 후보로 돌기 시작했다. '조국사태', '추-윤 갈등'에 대한 국민 피로감과 검찰개혁 완수에 이은 '안정'의 필요성이 고개를 든 것이다. 박 장관의 고민도 여기에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전망이라기보다는 희망이었다.
일요일인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지도부가 구성되면서 이런 희망은 깨졌다. 당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과 함께 구성된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이른바 '검찰개혁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초선의 김용민 의원은 최다득표를 얻어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대의원 투표에서는 꼴찌였지만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이에 앞서서는 역시 같은 성향의 윤호중 전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원내대표가 됐다.
박 장관으로서는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의 검찰개혁 기조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총장 후보 제청이 늦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 여당은 잠시 주춤했던 '검수완박'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이것을 검찰개혁의 완성으로 보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처법안 처리도 곧 가시화 될 형국이다. 김 후보자는 이 카드를 구성하고 있는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임명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과 함께 검찰 내부도 발을 맞추면 그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그러나 걱정이다. 김 후보자가 검찰을 얼마나 장악할 것인지가 문제다. 그에 대한 검찰 내부 평가 역시 이 지검장에 대한 그것 만큼이나 박하다. 조 전 장관 퇴임 이후 법무부장관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대내외적으로도 여러 헛점을 보였다. 벌써부터 김 전 차관의 검찰 재직시 이러저러한 뒷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 생리상 수사에 관한 한 아무리 검찰총장이더라도 수사팀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하물며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검찰총장이 수사에 령을 세우기는 병풍에 그린 닭이 홰를 치는 격이다. 차기 검찰총장의 임기 동안 '검수완박' 논란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눈에는 '부패완판'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버랩 될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주요 수사를 가운데 둔 검찰총장과 수사팀의 파열음, 지루한 '추-윤 갈등'의 재연을 보는 국민 시름이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은데, 필자만 그런 것일까?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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