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주력사업은 지속성 있는 고객 기반을 쌓아 사업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성장사업은 핵심 경쟁력을 조기 확보해 성과를 가시화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3월 사업보고서 인사말에서 드러났던 구광모 LG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LG(003550)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비하고 주력사업에 힘쓰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북 청주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각각 있는 분리막공장을
LG화학(051910)에 옮기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양사는 이관설에 대해서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업계는 최근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을 생각할 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아 발열과 화재 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이관설은 최근 첨단소재 육성 의지를 밝힌 LG화학의 발표와 맥을 같이 한다. LG화학은 지난달 28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지소재 집중 육성을 주요 방향으로 가지고 있고 첨단소재부문에서 매출 4조 후반대를 예상한다"며 "앞으로 5년 내 매출 두 배 정도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분리막 공장 이관설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미 LG는 6년 간 5조원에 이르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을 올해 접었다. 휴대폰 사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히 판단해 내린 결단이었다.
구광모 LG 회장의 올해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사진/LG
이달 3일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 공식 출범도 의미가 같다. 존속 지주회사 LG와 함께 두 지주회사는 독립 및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사업관리 영역 전문화, 사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다.
존속 지주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배터리,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전장, 로봇 등 성장동력을 강화하며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은 뚜렷해졌다. 구 회장은 취임한지 한달 만에 산업용 로봇전문기업 '로보스타'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그해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힘을 줬다.
사업 고도화 기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세계 3위의 캐나다 자동차부품기업 마그나인터내셔널과 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출범하기로 한 데 이어 올해 2월 미국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 지분 50% 이상을 약 8000만달러(약 900억원)에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라고 모든 영역을 다 잘 할 수는 없다"며 "가장 앞서 나가는 사업을 더 특화해 주도권을 계속 쥐거나 선도 기술을 가진 타 업체와 협업을 통해 생존하려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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