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민연금이 지난 1분기 미국의 카지노 주식과 크루즈 주식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13Form)에 신규 투자한 종목을 밝히면서 이같은 내용이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신규 투자 이후 주가가 오른 종목들이 여럿 있어 이번에도 국민연금의 투자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카지노, 크루즈 업체들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 주식시장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들이 각광을 받았다면 그 반대편에는 BEACH 종목들이 있었다. 예약(Booking),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항공사(Airlines), 크루즈(Cruises), 호텔(Hotels) 관련 종목들을 일컫는 용어다. 국내에서는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면 온라인 콘서트로 새로운 길을 연 연예기획사가 먼저 떠오르지만 미국에서는 디즈니, 파라마운트 같은 거대 오프라인 기업들이 문을 닫아 피해가 컸다.
그래도 작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주가가 서너 배씩 오른 곳도 많지만 남들에 비해 회복력이 떨어지는 곳들도 적지 않다. 특히 언제 다시 정상영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카지노의 경우 온도차가 큰 편이다.
윈리조트(WYNN), MGM리조트(MGM), 라스베이거스샌즈(LVS), 멜코리조트(MLCO) 등 미국의 주요 카지노 업체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적게는 반토막, 많게는 5분의 1토막이 났다.
카지노의 경우 고객을 받기 위해서는 덩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누구도 대규모 적자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장기간 유지하던 배당도 모두 끊겼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샌즈, MGM미라지, 윈리조트 등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주요 카지노들이 중국 마카오에 세운 법인에 대한 의존도가 커서 타격도 상당했다. 윈리조트의 경우 라스베이거스 매출은 절반 정도 감소했으나 마카오 매출이 10분의 1토막이 났다.
라스배이거스샌즈그룹이 마카오에 세운 세계 최대규모 베네시안 마카오 전경 <사진/ 라스베이거스샌즈 홈페이지>
다행히 마카오 카지노들은 지난 3월부터 문을 열고 입장객을 받고 있다. 관광객 검역과 코로나19 검사요구, 테이블 및 슬롯머신 사용자 수 제한과 거리두기 등으로 정상영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수입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카오의 도박수입은 지난해 4월 대비 1014% 폭증한 84억100만파타카(약 1조1745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영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 카지노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2월에 크게 오른 후 조정하는 양상이다. MGM미라지는 올해 26% 상승했고 윈리조트도 12.88%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시저엔터테인먼트(34.93%)다. 이는 시저엔터테인먼트의 카지노들이 주로 항공여행이 필요하지 않은 지역에 있으며, 온라인 카지노의 성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폭발적 주가 상승을 기록한 온라인 카지노업체 펜내셔널게이밍은 다른 카지노들과 달리 올해 들어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펜내셔널게이밍은 지난해 저점에서 10배가 넘는 상승을 보여준 바 있다.
미국 카지노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정작 마카오의 카지노업체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마카오 카지노의 주고객인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백신 보급 속도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늦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 뿐 영업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주가도 결국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위기국면을 버텨낼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 미국 카지노에 비해 현금성 자산은 적은 편이지만 당장 위기에 빠질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카지노 주가가 코로나19 이후의 실적 회복 기대감을 선반영한 상황이어서 홍콩증시의 마카오 카지노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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