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부족에 중고차 가격도 '쑥'
출고 지연으로 수요 확대…신차-중고차 '가격 역전 현상'도
2021-05-28 06:02:19 2021-05-28 06:02:19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쏘렌토와 K5, 그랜저 등 인기 차종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급 높아진 모습도 나타난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공장에서 XM3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27일 중고차매매브랜드 AJ셀카에 따르면 이달 중고차 거래량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네시스 G80과 기아 카니발, K7 등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준대형·대형 차종의 평균 시세 상승률이 약 20%를 웃돌면서 시세를 견인했다. 올 뉴 투싼(8.9%), 올 뉴 쏘렌토(10.7%), 스포티지 4세대(3.2%) 차량의 평균시세도 7.6% 상승하며 SUV의 인기를 증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평균 가격은 3만7572달러로 전년대비 7% 올랐다. 중고차 평균 판매가격도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6.7%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신차 생산 차질에 차질을 빚으면서 신모델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중고차업체 엔카닷컴에 따르면 기아 쏘렌토 디젤 2.2 4WD 시그니처는 2021년식 중고차 시세가 4301만원으로 신차 가격(4117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높게 형성됐다. 심지어 지난해 출시된 2020년식 시세도 신차 가격보다 100만원 비싼 4219만원으로 책정됐다.
 
2020년식 쏘렌토 디젤 2.2 2WD 시그니처도 시세가 3932만원에 달한다. 2021년식은 매물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기아 K5도 신차 가격과 중고차 시세가 역전됐다. 가장 인기 많은 모델인 K5 가솔린 2.0 노블레스는 신차 시장에서 280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1년식 시세는 2845만원으로 신차 가격보다 43만원 비싸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한 이른바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하면서 출고 대기 기간을 줄이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K8, 카니발 고객들은 차량의 기본·선택 사양을 빼고 출고를 앞당기는 방안을 안내 받았다. 아날로그 계기판이나 '후방주차충돌방지보조'와 '원격스마트주차보조' 등의 옵션을 제외하면 값을 깎아주면서 구매 고객들의 차량 인도 시점을 좀더 앞당길 수 있게 조치했다.
 
반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의 차량이 중고차 매물로 나올 경우 수요가 집중 되며 '부르는게 값'인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생산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중고 수요 증가 및 중고차 회전율이 빨라지게 되면서 시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전기차와 같이 디지털 부품이 많이 들어간 모델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신속히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에 비해 탑재되는 반도체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2.3%에 그쳤다. 이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은 자동차 생산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 기준 점유율은 4.3%, 수출액 기준은 4.6%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 다품종에 공정률도 길어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못만드는게 아니라 안만든 것이었다"며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다시피 차량용 반도체는 이제 전략물자에 해당하며 정부가 앞장서서 내재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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