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전문가 "시기상조"
1차 접종 14일 이후 적용…8인 이상 가족모임·요양병원 면회 허용
"우리나라 접종률 10% 불과…해외 재확산 사례 참고해야"
2021-05-31 11:28:57 2021-05-31 11:28:57
25일 서울 도봉구 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모니터링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내일부터 한 차례라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에서 제외되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접종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재확산 우려가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하루 뒤인 6월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모임 인원 제한 기준 제외, 노인복지시설 이용, 요양병원·요양시설 대면 면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 중 인센티브 적용이 가장 탄력적인 부분은 가족모임이다. 지금까지 가족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직계가족은 8인으로 제한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방역조치 완화 안'을 보면 백신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을 마치고 14일이 지난 예방접종 완료자는 9인 기준에서 제외된다.
 
할아버지와 할머지가 접종을 받으면 가족모임 인원은 최대 10명까지 늘어난다. 직계가족 중 5명이 접종을 완료하면 최대 13명까지도 모일 수 있다. 접종자가 많아질수록 인원 제한도 늘어나는 식이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며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접종률이 10%대에 불과한데, 이스라엘이나 미국은 2차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올라온 이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을 추진해 차이가 있다"라며 "집단면역을 형성할 만한 수준이 아닌 상황인데 국민들의 방역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시그널을 준 셈이라서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백신 접종에도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만, 영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됐던 대만은 백신 구매가 늦어지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앓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약 열흘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87명에 달했다. 영국은 60%에 달하는 백신 접종률을 달성했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만 4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김 교수는 1차 접종 이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인센티브 제공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은 방역을 잘 하다가 최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영국은 백신 접종이 꽤 이뤄졌지만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며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위해 과학적 기반 위에서 정교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성급한 인센티브로 코로나19 재확산의 소지를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인도 변이 바이러스처럼 확산 속도가 빠른 변이주의 등장을 고려해 세밀한 정책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영국은 1차 접종이 70%, 2차 접종까지 포함하면 50%에 육박하는데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서 감염 건수도 일주일 새 두 배 늘어났다"라며 "우리 정부 당국도 1차 접종 후에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모임 참석 시 마스크 착용 의무와 같은 조건을 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라며 "인센티브를 제공해 젊은 층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접종 이후에도 오후 10시 이후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야외 음주를 금지하는 등 세밀한 일생 복귀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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