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씨가 정부 상대로 다시 제기한 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정부가 추상적인 규정을 적용해 잘못된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제재했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는 유씨가 주 LA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르지 않아" vs "권력분립 원칙에 상당한 문제"
이날 유씨 측은 대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주고 총영사의 재량권 행사 판단 근거도 명시했음에도, 정부가 추상적인 규정을 내세워 판결 취지에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정부 측이 내세운 근거에 해당해도 41세가 되면 사증 발급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유씨의 소송대리인은 유씨를 장기간 한국에 오지 못하게 하는 점은 비례 원칙에 어긋나 부당하다고 했다.
그는 "이 사안이 20년 동안 다룰 사안이냐"며 "이 사안을 계속 논란 되게 만든 것이 과연 어디에 이유가 있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년이 지나도 '병역' 하면 유승준 이야기가 나온다"며 유씨만 문제되는 점이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정부 측은 대법원 선고가 정부의 사증 발급을 명한 것이라는 주장은 권력분립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원고 주장은) 권력분립 원칙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판결문 어디에도 피고인의 사증 발급을 명하는 취지의 내용은 없다"고 맞섰다.
이어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증 발급에 관해 사법적인 판단을 자제하고 있다"며 "사증 발급으로 발생할 사회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문제 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등 원칙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제재할 뿐 유씨에게 유독 가혹하지 않다고 했다.
스티브 유(유승준)씨. 사진/유승준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부, 양측 주장·근거 보충 명령
재판부는 양측 주장에서 불분명한 부분을 구체화하라고 했다. 유씨의 경우 행정처분 취소 판결 이후 반드시 허가해야 하는지, 현행법상 외국인의 입국을 기본권이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입국으로 얻고자 하는 점 등을 준비하라고 했다.
정부 측에는 체류 거부 사유로 든 재외동포법 5조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부분에 속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하라고 했다.
병무청이 2013년 국감 회의록에서 유씨 외에 같은 사례는 없다고 했는데 현황은 어떤지,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되어도 38세 이후 사증 발급 제한을 두지 않은 2002년 당시 법 적용에 대해서도 주장을 명확히 하라고 했다.
유씨 사건의 다음 변론기일은 8월 26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유씨는 지난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 명목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정부는 병역의무 면탈로 보고 그의 입국을 금지했다.
유씨는 2015년 10월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가 LA 총영사관이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유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임에도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LA 총영사관은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유씨 입국을 재차 거부했다. 그의 입국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등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유씨는 자신의 입국이 나라의 위기와 관련이 없고, 무기한 입국금지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총영사관이 적법한 재량권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3일 스티브 유(유승준) 씨가 주 LA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마친 뒤 유씨 측 소송 대리인 임상혁·윤종수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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