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김지영, 최유라 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은 가격에 추가 상승 전망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유가에 민감한 정유화학과 물류 업종은 물론, 간접적 영향권에 있는 제조업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2.1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분기 들어서만 20%에 가까운 상승률로 지난 2018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배럴당 36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1분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조 유지와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의한 수요 회복 기대감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투자 무게감이 실리며 시추투자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수급불균형으로 연내 100달러돌파 가능성 역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가에 민감한 정유화학과 물류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대형 변수에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 수요 회복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는 만큼 익숙한 대외 요인에도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유화학 부문은 유가 자체보다는 수요회복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생산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마저 1달러대에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제적인 수요 회복이 마진율 회복을 이끌길 기대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업종은)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상승할 때는 가격 저항이 낮아 제품 가수요가 발생하고 저가 원재료 효과로 높은 실적이 가능지만, 70달러에서 추가 상승시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 있고 반대로 유가가 하락할 시에는 고가 원료 효과 및 구매 지연으로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환율이 가장 큰 외부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항공업계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코로나19 여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후 최근 국제선 운항 노선 확대 등 하반기 반등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상승이라는 악재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상승이 상존해 온 외부 요인인 만큼 코로나19 악재가 잠잠해지는 분위기를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류비가 비용의 15~30%에서 달하는 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해상운임의 지속적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높은 상황이지만, 고공행진 중인 유가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운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벙커씨유가 항공유 등과 비교해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만큼 타격이 최소화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전자업종도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국내 제품 대부분이 중국 세트업체로 수출돼 물류비용에 대한 부담은 덜 하지만, 유가와 함께 원가 역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TV를 아우르는 세트업종 역시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이라는 위협요인에 유가마저 오르면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가상승에 조용히 미소짓는 업종도 있다. 원유 물동량 증가에 따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의 선종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조선업이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지속된 유가 하락에 최근 수년간 발주가 끊겼던 원유 채굴 설비 해양플랜트 발주 증가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업계는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이 되면 채산성이 있다고 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브라질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1조원 규모 해양플랜트 설비 수주를 성공한 것과 한국조선해양의 2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 등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변했다"라며 "유가가 오르면서 채굴이 늘어나면 해양플랜트 시장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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