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보험수익자가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내는데 앞서 보험사가 먼저 '보험금 지급 의무 없음'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7일 동부화재가 보험수익자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동부화재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그 적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에 관한 다툼이 있으면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보험사가 먼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의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반면 이기택·김선수·노정희 대법관은 “보험의 공공성, 보험업에 대한 특별한 규제, 보험계약의 내용 및 그에 따른 당사자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가 단순히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사고 여부나 보험금의 범위에 관해 다툰다는 사정 이외에 추가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나 범위를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계약이나 관계 법령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거나 보험계약 체결이나 보험금 청구가 보험사기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보험사가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씨의 동생 B씨는 2016년 9월 동부화재와 상해사고로 사망 시 2억1000만원을 받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같은 해 10월 리프트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이에 A씨가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동부화재 측은 "B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업종을 사무로 고지했으나 실제로는 플라스틱 도장업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돼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 지급 거절과 함께 보험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또한 동부화재는 A씨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소송을 냈다. A씨도 동부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1·2심은 보험사의 소송이 적법하다는 전제 하에 심리를 진행했다. 다만 B씨가 고의로 업종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동부화재는 A씨에게 2억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 2심 재판부는 “B씨가 업종란에 ‘사무’라고 기재했으나 다음 문항 ‘취급하는 업무’란에는 구체적으로 맞게 기재한 점, 작업 지시나 거래처 관리 등과 같은 사무업무도 담당했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B씨가 자신의 직업을 허위로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망인 B씨가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대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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