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안경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 안경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의료기사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의료기사법 12조 1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안경테 도·소매업,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하는 업체 대표인 A씨는 지난 2011년 8월 안경사인 B씨 명의로 안경점을 개설한 후 2015년 3월까지 안경점 총 9개를 개설한 혐의로 업체와 함께 기소됐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명령 160시간을, 해당 업체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 등은 항소했고, 2심 재판 과정에서 의료기사법 12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7년 10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아 자연인 안경사와 법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 눈 건강과 관련된 국민보건의 중요성, 안경사 업무의 전문성, 안경사가 자신의 책임하에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면서 안경사 업무를 수행하게 할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안경업소 개설 자체를 그 업무를 담당할 자연인 안경사로 한정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요청된다"며 "법인 안경업소를 허용하면서 안경 조제 등 업무를 안경사에게 전담시킨다고 해서 입법 목적이 동일하게 달성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법인 안경업소가 허용되면 영리추구 극대화를 위해 무면허자가 안경 조제·판매를 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과잉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일탈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고용된 안경사의 책임감이나 윤리성 등이 감소하며, 안경 조제·판매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행 의료기사법과 이 사건 금지 조항에 의하더라도 안경사들은 협동조합, 가맹점 가입, 동업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는 법인의 안경업소 개설과 같은 조직화, 대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서 "이에 반해 눈과 관련된 국민건강보건과 소비자 후생은 매우 중대하며,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 안경업소의 개설을 허용함에 따른 부작용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심판 대상 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해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남석·이석태·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폐해나 무면허자에 의한 안경 조제·판매와 같은 우려는 안경업소의 개설 주체가 법인인지 자연인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기보다는 안경의 조제·판매에 있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안경사의 의사결정 권한이 유지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달린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따라서 안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 형태의 안경업소 개설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은 직업의 자유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제한이고, 이로써 법인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안경업소를 개설해 직업을 수행하려는 안경사들의 자유와 그러한 법인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정도도 상당하므로 심판 대상 조항이 안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 형태의 안경업소 개설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 37조 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경사들로 구성된 모든 종류의 법인에 어떠한 제한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고, 심판 대상 조항에 있는 위헌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문제는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입법자가 제반 사항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따라서 심판 대상 조항 중 '법인에 관한 부분'에 한해 그 효력을 즉시 상실히는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심판 대상 조항에 대해 재판관 4인이 합헌 의견, 재판관 5인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표시해 헌법불합치 의견이 다수나, 위헌 결정의 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은 안경사들로 구성된 법인의 안경업소 개설까지 포함해 전면적이고 일률적으로 법인의 안경업소 개설을 금지하는 것에 위헌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타다 금지법·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기한 검사징계법 위헌 여부 등을 판단하는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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