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 양심 판단, 법원 아닌 대체복무 심사서 가려야”
"대법·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뒤 기소·재판 사건 거의 없어"
2021-06-24 23:28:42 2021-06-24 23:35:01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종교적 신념이 아닌 비폭력·반전주의 등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의무 거부도 인정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신념상 병역의무를 거부한 것을 무죄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미 나왔지만 비폭력·반전주의 등 비종교적 신념도 병역법상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법 판례는 대체복무제 과도기 속 ‘개인적 신념’에 대한 사법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병역의무 형평성 문제가 부각되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소 단계에서 검찰이 ‘종교적 신념’뿐 아니라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진정한 양심’을 가려낼 구체적 판단 지침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앞서 대검찰청은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 지침을 마련했다. 판단 지침에 따라 병역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 중인 사건을 '혐의 없음' 처분하고, 재판 중인 사건에서는 무죄를 구형하거나 상고를 포기하는 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개인적 신념 양심적 병역거부 여부) 기준 마련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지난 2월 ‘개인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 판결이 나는 등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대법 판단을 계기로 병역거부자를 재판에 넘겨 처벌하는 수순이 아닌 대체복무 심사를 받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2018년 기소돼 3년여간 재판을 받아온 사건으로 2016년 6월 병역거부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고, 2019년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법이 국회 통과하면서 현재는 (병역거부로 인해) 추가 기소되거나 재판 받는 사건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2018년 6월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는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병무청 대체역 심사를 통과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교정시설에서 합숙 형태로 36개월간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2017년 11월 현역병 입대를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A씨는 이번에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대체복무를 할 예정이다. 
 
임 변호사는 “2018년 6월 헌재 결정 이후 병무청에선 병역거부자들을 고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라도 양심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판단이 아닌 병무청 대체역 심사를 통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입영일이나 소집일 5일 전까지 대체역 편입을 신청할 수 있다. 심사위 조사관의 사실조사와 심사위원의 사전·전원심사를 거쳐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 인용 결정이 나면 대체복무를 하고,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내거나 현역 복무를 해야 한다.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인 백종건 변호사는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엔 대체역으로 전환이 안 된다”면서 “3년간의 대체복무는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과거 범죄 이력이 있지 않는 한 웬만하면 인용결정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변호사는 “만일 대체복무 심사에서 기각 결정이 날 경우 (당사자는)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병역거부자 양심 여부에 관한) 새로운 법리가 세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 무죄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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