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관리 나선 손보사…실손보험 가입 문턱 올린다
자기부담금 낮은 선택형 보험 가입 연령 낮춰…통원의료비 가입금액 합산 한도도 인하
2021-06-30 06:00:00 2021-06-30 06:00:00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의 가입 문턱을 높이고 나섰다. 수익성 관리를 위해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 우려가 높은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셈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000060)·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은 최근 실손보험 신계약 인수조건을 변경했다. 표준형 보다 보장 범위가 좋은 선택형 가입 연령을 줄이고 통원의료비 가입금액 한도를 인하했다. 표준형은 급여·비급여 항목의 자기 부담금이 20%씩 적용되는 반면, 선택형은 자기부담금이 급여 10%, 비급여 20% 수준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6일 51세 이상의 피보험자는 실손보험 표준형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표준형과 선택형 중 선택해 가입할 수 있었다. 상해·질병 통원의료비(외래, 처방조제) 합산 가입한도는 3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내렸다.  
 
KB손해보험도 같은 날 51세 이상 피보험자의 실손보험 가입 형태를 변경키로 했다. 선택형 가입을 막고 표준형만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상해·질병 통원의료비의 합산 한도는 15만원으로 인하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25일 실손보험 선택형 가입 나이를 55세에서 50세로 줄였다. 30만원까지 적용되던 통원 가입금액 합산 한도도 51세 이상의 피보험자부터 20만원으로 내렸다.
 
업계 1위 삼성화재(000810)도 지난 24일 실손보험 가입심사를 강화했다. 61세 이상 피보험자에게만 실시해오던 진사(보험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를 51세 이상자로 낮췄다. 신규가입을 하기 위해선 지난해 7월 이후 시행한 건강검진 결과 기록지를 첨부토록 했다.
 
손보사들이 이처럼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것은 내달 1일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전 손해율이 높은 신규 가입자를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실제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적용한 실손보험 변경 사항들은 전환실손보험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손해율이 높은 일반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손보험은 치솟는 손해율에 보험사들의 애물단지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2조5008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9조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망설이는 보험사들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손해율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손보험 판매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면서 판매 여부를 고심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가입 문턱을 높이고 나섰다. 사진은 시민들이 혈당측정, 구강 및 금연상담 등 무료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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