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도 급식 내부거래로 몸살
급식 수의계약 규모 삼성그룹 이어 두번째
노조·MZ세대 사원 등 '급식 이원화' 주장
2021-06-29 16:06:18 2021-06-29 16:06:18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그룹에서 시작된 급식 내부 거래 논란이 현대차그룹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23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이후 세간의 관심이 2위 업체인 현대그린푸드로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노동조합과 MZ세대 직원들까지 급식 관련 문제 제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간의 수의계약 액수는 3425억원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맺은 삼성 웰스토리의 수의계약 4408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이다. 아워홈은 LG그룹 계열사와 1824억원(지난해 1~9월 기준), CJ프레시웨이는 CJ그룹 계열사와 441억원, 신세계푸드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와 64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현대백화점은 둘 다 옛 현대그룹을 모태로 하는 '범 현대가' 일원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의 양재동 본사, 남양 연구소, 마북 연구소를 비롯해 기아와 현대건설 등에 단체 급식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노조와 직원들은 사측에 식당 이원화와 식사 질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 현대그린푸드의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 및 식사질 개선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식당 이원화 불가 시 공정위 신고와 현대그린푸드 퇴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대차그룹의 단체급식 부당지원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접수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현대차그룹에 근무하고 있는 MZ세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린푸드에서만 급식을 제공받는 이유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원인은 "식사의 질이라도 좋았으면 이렇게 글을 쓰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룹사 직원만 11만명인데 임직원들의 선호도 조사는 왜 한 번도 이뤄지지 않고 불만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에서 부당 거래를 잡아내는 요건인 '정상가격'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다. 정상가격이란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들 간의 거래시 형성되는 거래가격을 말한다. 내부 거래 시 책정된 가격이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높거나 낮을 경우 부당한 지원행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적용하는 정상가격을 회피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공정위 제제를 회피하는 방법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시세에 맞는 단가를 파악해 적용하면 정상가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4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가 2013년 4월부터 이달 2일까지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며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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