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몰아주기' 삼성 2000억대 처벌…최지성 전 미전실장 고발
삼성전자·삼성SDI 등 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몰아줘
웰스토리의 고이익 위해 유리한 계약구조 설정
5개사에 과징금 2349억 부과…역대 최대 규모
2021-06-24 12:00:00 2021-06-24 13:19:25
[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일가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게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준 삼성전자·삼성SDI 등 5개사가 2349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받게 됐다. 특히 미래전략실이 개입했다고 판단,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키로 했다. 이들은 식재료비 마진 보장과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 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계약구조 설정을 통해 웰스토리가 고이익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행위를 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와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또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 등 5개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부당지원행위 사건 집행 이래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만 1012억원에 달한다. 국내 단일기업 규모로는 최대다.
 
위반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이달까지 사내급식 전부를 웰스토리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 이들은 식재료비 마진 보장과 위탁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 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계약구조 설정을 통해 웰스토리가 고이익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행위를 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와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 조기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에버랜드가 영위하는 사업 중 수익이 안정적으로 지속 발생하는 부문은 웰스토리가 사실상 유일했다.
 
웰스토리의 수익은 오로지 내부거래에서만 발생했다. 이들은 계열회사와의 급식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매년 1조10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 수준의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웰스토리는 계열회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한 지원행위 없이는 독자적 생존이 불투명한 회사다.
 
이 사건 지원기간 동안 웰스토리가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시현한 영업이익은 누적 4859억원(연평균 694억원)이다. 반면, 비계열사로부터 시현한 영업이익은 누적 103억원 적자(연평균 15억원 적자)로 1위 사업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은 2011년 2월경 4개사에 식재료비를 1인당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할 것으로 지시했다. 단가 인상 등으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웰스토리가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하자 급식 품질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웰스토리는 식재료비를 추가 투입(1인당 240원)했고, 급식사태는 진정됐다. 하지만 웰스토리의 직접이익률은 기존 22%에서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웰스토리의 수익 악화가 우려되자, 미전실은 2012년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시현할 수 있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2013년 2월 확정했다. 변경안에는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지급, 물가·임금인상율 자동 반영 등이 포함됐다. 이는 동종업계에는 없는 파격적인 거래 조건이다.
 
당시 웰스토리가 이부진 사장(당시 에버랜드 전략사장)에게 보고한 문건 등에 따르면 미전실이 개입해 마련한 계약구조 변경안은 웰스토리의 기존 이익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위함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내부거래행위를 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와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 사진/뉴시스
 
이후 웰스토리는 2013년 4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와 상기 계약 구조로 급식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4개사는 식자재 비용의 25%를 검증 마진으로 인정했으나,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4개사의 시장가격 조사마저 중단시켰다.
 
그 결과, 웰스토리는 식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식재료 구입에 쓰기로 약정한 금액의 일부까지 마진으로 수취했다고 판단했다.
 
미전실은 웰스토리의 급식물량 보전을 위해 2014년과 2018년 삼성전자가 추진하던 구내식당 경쟁입찰을 중단시켰고, 이 영향으로 2017년 4개사의 경쟁입찰 시도 역시 사실상 무산됐다.
 
9년간의 지원행위를 통해 웰스토리는 4개사로부터 미전실이 의도한 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상위 11개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15.5%의 영업이익률도 달성했다.
 
또 웰스토리는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한 안정적 이익을 토대로 외부 사업장의 경우 영업이익률 -3%를 기준으로 한 수주전략으로 시장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이는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급식품질 제고보다는 외부사업장 수주확대에 사용한 것이다.
 
아울러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 Cow)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최초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다.
 
또 이들은 합병을 앞두고 실시한 웰스토리 등의 영업 가치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웰스토리 부문의 가치가 피합병회사인 옛 삼성물산의 가치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다. 특히 웰스토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육성권 국장은 "이 사건 내부거래를 통해 웰스토리가 취득한 이익은 배당금의 형태로 삼성물산에 귀속돼 대규모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육성권 국장은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다수 계열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과징금 결정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1012억17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 228억5700만원, 삼성전기 105억1100만원, 삼성SDI 43억6900만원, 삼성웰스토리 959억7300만원이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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