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탄소→그린' 완전히 탈바꿈…5년간 30조 투자"
전사 경영진 총출동 파이낸셜스토리서 공식 선언
배터리·분리막, 글로벌 1위 목표…폐플라스틱 100% 재활용 추진
2021-07-01 09:30:00 2021-07-01 09:3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창립 60년을 한해 앞두고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전 경영진과 국내외 시장 및 언론 관계자 등 2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밝힌 핵심 전략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Green Anchoring)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Green Transformation) △온실가스 배출 0인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Green Transformation)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1테라와트 +α' 수주 배터리·분리막, 글로벌 1위 정조준 
 
이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α'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1테라와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던 2017년 5월 당시의 60GWh 보다 약 17배 늘어난 것으로 한화 환산시 130조원 이상이다. 또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SK 배터리 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코마롬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 날 전망이다. 회사는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오는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14억㎡인 리튬이온배터리(LiBS) 생산 규모를 오는 2023년 21억㎡로 키운 뒤, 전기차 산업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올해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를 2025년 1조4000억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어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목표아래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 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리튬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에는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해당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100% 재활용…친환경 중심 순환경제 전환
 
김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리사이클 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기로 했다. 
 
오는 2일까지 SK이노베이션 전 사업장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을 구성원들이 구매해 체험하는 '플러스틱 페스티벌’에 참석한 직원들이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사장은 이어 그간 자체 개발한 기술과 글로벌 M&A등으로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2027년 기준 국내외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인 연간 250만톤 이상 재활용, 사용량 저감 및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 100% 달성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2025년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 전체 1조1000억원 중 절반을 넘겨 기존 사업을 앞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석유 사업은 원유정제, 트레이딩 및 석유개발(E&P) 영역 등에서 탄소발생 최소화를 중심으로 운영 체질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전 사업장을 저탄소·탈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운영최적화,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 증대,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방식들을 동시에 추진해 갈 방침이다. 또 석유 사업이 보유한 주유소와 고객들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2050년 이전 '탄소 순배출 0(넷 제로)' 목표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설명회에서 온실가스 '넷 제로(Net Zero)'를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 ESG경영의 핵심은 환경(Environment)이고 환경의 핵심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Net Zero)이며 이는 ESG에 대한 진정성과 책임감을 상징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기업 최초로 Scope 1,2,3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 감축 목표의 구체적 제시했다. 또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온도상승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감축해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적으로 2050년 이전에 넷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배터리와 LiBS 사업의 경우 2035년 조기 달성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석유화학사업의 매각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한 넷 제로 달성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 중심 공정개선, 저탄소 제품 전환 및 탄소 포집 등 감축 기술 개발을 강력히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개선안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이사회 CEO 평가·보상·승계 등에 대한 의사결정권 보유를 비롯해 모든 안건에 대한 ESG 리스크 사전 검토 의무화, 글로벌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와 사업 리스크의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등이 골자다. 
 
또 'SK이노베이션 자체의 비전(Vision)'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둬 그린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사업개발 및 M&A 등을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분리막(LiBS) 사업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각각 분할을 검토 중이다.
 
김준 사장 "2017년부터 시작한 딥 체인지와 혁신을 이제는 완성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인 만큼, ESG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사회,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할 것"이라며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며, 그 결과로 현재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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