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돈 푸는 재정당국’과 ‘돈줄 죄는 통화당국’ 간의 수장이 2년 7개월 만에 만나 정책 공조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이나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가계빚·자산거품에 따른 금리인상과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투입 간의 딜레마가 크기 때문이다.
확장 기조인 정부의 재정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되, 통화정책은 완화 정도를 조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실질적 시너지가 더욱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지표가 분명히 나타난 뒤 금리 인상을 고려하되, 금융불균형 문제를 풀 수 있는 정책 보안을 요구하고 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기준금리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1~2회 이상 올리는 수위 조절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재정·통화 당국이 우려하는 금융불균형의 문제는 가계·기업부채 문제와 직결된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부채)의 규모는 216.3%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한계기업도 40%에 달한다.
미국 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을 감안해도 현재 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빠른 금리인상의 필요성에 힘이 실린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까지 낮췄으나 한은은 2.0~2.5%를 유지했다. 현재 미국 0.25%, 한국은 0.5%로 그 격차가 압도적으로 좁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금리인상이 통화정책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방향" 이라며 "경제전반에 영향을 주는 금리는 올리고, 소득불균형이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정책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현재 정부의 방향성은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문별 회복속도가 불균등한 'K자형' 회복이 나타나는 만큼, 재정당국으로서는 돈을 풀어 취약계층을 뒷받침해야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 한은은 4.0%, 정부는 4.2%로 내다보는 등 국내 경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조짐이다. 그럼에도 코로나발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한 저소득 영역은 재정 정책의 손길이 절실하다.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제조업의 고용은 16개월만에 가까스로 반등했으나, 대면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은 16개월째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재정정책은 취약계층 지원에 중심을 두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은 금융불균형 누증에 조금 더 방점을 두는 조합이 될 수 있다"며 "완전한 경제회복은 총량 4.2%의 성장이 아닌 고용회복이 동반되고, 포용적 회복이 동반돼 우리 경제 전체까지 가져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불균등 회복에 대한 해결책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요구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도 잘되는 곳은 잘되지만 안되는 곳은 안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당분간 완화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감안해도 목표 물가(2%) 대비 물가수준은 높지 않아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자는 것"이라며 "어떤 시점을 못박기 보다는 경기상황에 맞춰서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며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정부 안팎에서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1~2회 이상 조금씩 올리는 수위 조절을 유력 시하고 있다.
민간부채 문제와 관련해 정규철 실장은 "금융불균형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보완하면서 가져가는게 맞다"며 "금융규제가 많이 완화됐는데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대출 중에서도 위험한 대출을 잡는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발 여파로 피해를 입은 저신용 소상공인 10만명에 대해 연 1.5% 저금리로 1인당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하는 ‘버팀목자금플러스’를 시행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기준금리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1~2회 이상 올리는 수위 조절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사진은 출근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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