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5월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지 한달이 지났으나 구체적인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적극적인 증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SMC가 생산능력 확대에 전념하고 있다.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이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다. 신규 팹 착공 후 반도체 장비 설치까지 보통 2년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24년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의 생산라인을 포함해 총 6개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지 한달이 지났으나 구체적인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전경. 사진/뉴시스
TSMC의 투자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공급난 해소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발맞춘 결정이다. 특히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시설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 등 자본적 지출에 300억달러를 쓰기로 했다. 당초 250억~280억달러 수준에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16년 102억달러, 2020년 170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TSMC는 향후 3년간 생산설비 확대에 총 1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최근 3나노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칩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시작하며 기술개발에도 한창이다. 올해 인텔, 애플 등 고객사와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공격적으로 외형 확장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는 아직 어떤 공장을, 어디에 지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방안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TSMC 전경. 사진/TSMC
삼성전자는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각 주 정부와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에 대해 협상하며 막판 후보지 선택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미국 투자는 해외 단일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인 만큼 투자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각 주 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을 전략적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선정 등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4%, 삼성전자는 18%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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