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 5월 시중에 풀린 돈이 한달만에 21조원을 넘어서는 등 유동성 파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월 시중 통화량은 3385조원으로 월간 역대 최대폭을 기록한 지난 4월에 이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다.
문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유동성 파티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점이다. 주식 등 자금 시장의 쏠림 심화와 4차 대유행까지 창궐하면서 시중에 유례없는 유동성 홍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1년 5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385조원(계절조정계열·평잔 기준)으로 전달(3363조6000억원)에 비해 21조4000억원(0.6%) 증가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시장형상품 등 금융상품이 포함된 통화 지표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한은은 시중 통화량을 가늠할 때 M1보다 M2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기업, 기타 금융기관 등 경제 주체별로 고루 증가세를 보였다. 5월 가계부문의 M2는 전월보다 6조7000억원 늘어난 1651조4000억원이다. 기업부문은 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타금융기관은 15조7000억원 늘었다.
상품별로는 수익증권 증가세(6조2000억원)가 두드러졌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4조7000억원), MMF(4조2000억원) 등도 뒤를 이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은 전월 대비 0.6% 증가한 126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금융기관 유동성(Lf, 평잔)은 4677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0.4%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9.2% 증가했다.
광의 유동성(L, 말잔)은 5923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0.5%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8.8%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M2에서 상품, 대상기관 등이 확대된 여파로 통화량이 증가했다. 주식 거래 관련 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M1을 제외한 나머지의 상승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4월에 비해 상대적인 월간 증가폭이 둔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시중에 사상 최대치로 풀렸지만 돈이 사회 곳곳에 원활하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도 이 같은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며 "통화 시장 정상화는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논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금융 당국이 워낙 많은 돈을 풀어, 올해 유동성 증가폭이 완만하게 지속되고 있다"며 "그간 풀린 돈으로 인해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말 정도에는 조심스레 통화 긴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1년 5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38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 은행에 공급할 자금을 방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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