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000990)이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올해를 뛰어넘는 실적을 낼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촉발시킨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DB하이텍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7% 증가한 1조826억원, 영업이익은 28.7% 늘어난 3079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망대로 실적을 달성한다면 DB하이텍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내년 전망은 더 좋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DB하이텍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조2400억원, 3785억원이다. 올해보다 각각 14.6%, 22.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공급문제가 심각한 차량용반도체 핵심부품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저화소 이미지센서 등이 8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진다. 1990년대 초부터 201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한 8인치 웨이퍼는 12인치 웨이퍼가 등장한 후 입지가 좁아졌다. 다품종 소량 생산 공정에 적합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수익성이 높은 12인치 옮겨갔다. 그런데 최근 들어 8인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는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회복하겠지만 20202년까지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연초 이후 주문량이 꺾이는 흐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가동률은 연말까지 100%로 추정되며 2022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해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 월 12만2000장 수준이었던 웨이퍼 생산량을 지난해 12만9000장으로 늘렸다. 여기에 DB하이텍은 연말까지 생산시설·라인 효율화 작업으로 월 13만8000장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이 늘면 반도체 수급 불균형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TV, 스마트폰 등 다른 분야에서도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공급난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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