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상장 제동에 불붙는 카카오뱅크 고평가 논란
상장 은행대비 PBR 10배 이상…"시초가 상단 형성 못하면 공모가 하회할 수도"
2021-07-20 16:09:28 2021-07-20 16:09:28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오는 8월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가 본격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같은 카카오(035720)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의 상장 일정이 미뤄지면서 카카오뱅크 고평가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는 영업모델과 수익성 구조가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20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날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를 단순한 ‘은행 종목’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며 “금융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군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최근 IPO 대어로 꼽히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앞서 진단키트주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가 정정 요구를 받았으며,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도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 공모가 밴드 6만6000~8만5000원을 4만5000~5만2000원으로, 크래프톤은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각각 내렸고, 이후 증권신고서는 바로 통과됐다.
 
카카오뱅크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지는 않았지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에 달한다. 공모가 상단 확정시 은행주 시가총액 1위 KB금융(105560)(21억1230억원)과 2위 신한지주(055550)(19조3467억원)에 이어 금융지주사 3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사 시총 3위는 하나금융지주(086790)(12억5952억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총자사는 476조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29조원에 불과하다. 총자산은 하나금융지주가 16배가량 크지만 기업가치는 카카오뱅크가 1.5배가량 높은 평가를 받는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고평가 논란의 핵심이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자본총계 대비 PBR은 3.1~3.7배다. KB금융과 신한지주의 PBR은 각각 0.46배, 0.45배로, 기존 은행권 PBR은 0.4배 수준인데 카카오뱅크의 PBR은 은행업종을 크게 웃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비교기업으로 미국 로켓컴퍼니와 브라질 팍세그루, 러시아 TCS 그룹 홀딩, 스웨덴 노르드넷 AB 등을 선정했기 때문인데, 이들 기업의 평균 PBR은 7.3배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과하게 높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의 낮은 PBR은 과도한 밸류에이션 할인율(COE) 때문”이라며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및 금리 경쟁력 등을 고려해 밸류에이션 과정에 적용되는 COE를 은행이 아닌 코스피 기준으로 적용해도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는 공모가 하단수준인 15조5000억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페이와의 관계 설정 문제도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및 카카오페이의 비교 대상인 해외 핀테크기업들의 경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비즈니스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금융상품 판매 등을 늘여가야 하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입장에서, 서로 간의 관계설정문제가 상당한 숙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현재 공모가 밴드 밸류부담이 높아 보이는데 상단으로 확정되면 밸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IPO의 시초가가 항상 상단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넷마블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5.1%에 지나지 않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7% 하락한 상태로 거래가 시작됐다”며 “이번 공모에서도 과거 고밸류 이슈로 상장 후 언더퍼폼한 넷마블의 케이스를 간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오는 22일 공모가 확정 후 26~27일에 일반 청약을 받고, 8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일 카카오뱅크 IPO 프레스톡에 참석해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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