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9세에 대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한 시민이 모더나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장기이식 또는 항암치료를 마친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진다. 돌파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는 데다 면역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항체 형성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돌파감염률은 0.014%로 집계됐다. 접종을 마친 대상자가 총 554만3933명인데 이 중 779명이 돌파감염 추정 사례로 확인돼 인구 10만명당 14.1명 수준을 기록했다.
돌파감염은 정해진 백신 접종 횟수를 마치고 2주간의 항체 생성기간이 지났는데도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지표 사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선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돌파감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돌파감염 우려를 감안하면 백신 접종에도 항체 형성이 잘 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우선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항암치료를 마친 환자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 연구에서도 장기이식 환자가 백신 접종에도 건강인보다 낮은 비율의 항체를 형성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프랑스 연구진이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 번이라도 신장 이식을 받은 이들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이후에도 낮은 항체 반응을 보였다.
연구에서 쓰인 백신은 mRNA 백신이었다. 연구진은 1회 이상 신장 이식을 받은 사람 중 모더나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159명을 분류해 조사했다. 이 중 96명은 2차 접종 후에도 항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64명은 기준치 미만의 반응을 나타냈다.
부스터샷인 3차 접종을 실시한 뒤 28일이 지난 시점에선 2차 접종에도 뚜렷한 반응이 없었던 대상자 중 절반에게서 항체가 형성됐다.
장기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백신 접종 이후에도 낮은 항체 형성률을 보이는 것은 면역억제제 복용 때문이다. 장기이식의 경우 면역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암 환자들이 복용하는 항암제 역시 암세포를 사멸하는 동시에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면역반응이 떨어진다.
이 같은 현상을 고려해 이스라엘 정부는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도 개시했다.
현재 국내에선 요양병원 입소자 중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일부 환자가 백신을 접종했다. 이 경우 2차 접종을 마치더라도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이들은 다른 세포들을 억제해서 면역반응이 일어나기 어렵다"라며 "최근 증가하는 돌파감염까지 감안하면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더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접종자로 분류되지 않은 장기이식 환자나 항암치료를 마친 환자들을 정부가 찾아내서 우선권을 줄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 저하 환자와 고령자, 특히 장기이식 환자들은 이식 거부반응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강하게 쓴다"라며 "암 환자도 건강인보다 항체 형성률이 낮아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백신이 부족할 때는 면역력이 약하거나 중증으로 발생할 우려가 높은 이들에게 먼저 접종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