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캠프 속 카나리아
2021-08-05 06:00:00 2021-08-05 06:00:00
카나리아(canary)는 참새목 되새과에 속하는 애완용 새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있는 카나리아 제도가 원산지로 알려진 카나리아는 맑고 아름다운 울음소리와 함께 예민한 호흡기를 갖고 있다. 카나리아는 평소 맑은 소리를 내다가 일산화탄소나 메탄 등 독가스를 접하면 쓰러진다.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독가스 농도를 탐지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광부들은 석탄광 갱도로 이동할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이들은 채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거나 홰에서 떨어지면 위험을 감지하고 갱도를 탈출할 수 있었다.
 
카나리아의 이러한 역할은 정치와 접목해 짚어볼 부분이 있다.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캠프를 꾸리는 상황에서 캠프 구성원 중 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맡을 참모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게 그것이다. 다른 분야에도 통하는 말이겠지만, 종합예술로 평가되는 정치분야에 있어서 센스는 필수적이라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정치인의 말은 법보다 우위에 있지 않지만, 사회통념에 따른 일종의 관습법처럼 우리 생활에 스며든다. 이에 정치인의 센스 있는 말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이들이 내뱉는 잘못된 말은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유명세는 영원하기 어렵고, 정치인들의 명성 또한 한정적이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는 이들이 내뱉는 센스 없는 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인이 한순간 잘못 내뱉은 말은 부메랑처럼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돌아오곤 한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부정식품과 페미니즘에 대한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지금 캠프를 꾸리고 대권을 노리는 주자라면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서 다양한 문제가 표출되기 전 이를 간파하고 직접적인 지적과 비판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안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참모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은 사례와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일례로 조지 오웰이 다가올 미래사회의 폐단을 상상해 글로 창작한 소설 '1984'는 194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작곡한 독일 작곡가 막스 부루흐는 사실 스코틀랜드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문학과 예술작품의 경우 특정인의 직접적인 경험은 한정적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합예술 분야인 정치에 나설 잠룡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모든 부문에서 완벽할 수는 없기에 자신과 다른 통찰력이나 상상력을 갖춘 참모의 냉정한 평가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돌아보는 일과 내다보는 일이 언제나 한 몸으로 얽혀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포함해 모든 역사 서술이 그렇듯, 선거를 통해 흘러가는 정치적 상황 속 의미도 이를 바라보는 시대의 의미망 속에서 새롭게 규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세대의 정치는 엄정한 시간이라는 법정을, 현재의 선거와 정치는 생동하는 현재성의 광장을 제공하는 셈이다. 정치 역시 이런 둘 사이의 상호 조망 속에서 더욱 견실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각자의 캠프는 대선 후보에게 이런 직언을 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중한 카나리아 역할을 맡은 참모가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때다.
 
조문식 국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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